데스크 칼럼/여호와 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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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6월 01일(금) 00:00
지난 주간 러시아 모스크바엘 다녀왔습니다. 15년 전 러시아가 개방된 직후 다녀온 이래 두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변화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울긋불긋 현란한 색을 자랑하는 정교회 예배당 건물들이었습니다.

특히 붉은 광장 앞에 있는 모스크바의 상징 '성 바실 대성당(St. Basil's Cathedral)'은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1555년 '폭군' 이반 황제의 전승 기념물로 세워진 이 성당은 양파모양의 돔(Dome)지붕과 오밀조밀한 첨탑 배치, 화려한 외장 등으로 4세기 넘게 러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이반 황제가 성당의 아름다움에 취해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이 세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완공 직후 건축가의 눈을 멀게 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성 바실 성당은 나폴레옹 전쟁과 스탈린 치하의 종교말살 정책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고 세월의 풍상을 견뎌왔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성당이 최근 러시아를 휩쓰는 개발광풍으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성당 인근에 건축될 대규모 호텔단지가 성당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입니다. 성당이 위치한 곳이 자연지형이 아닌 인공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지반이 무른 데다가 호텔부지와의 거리가 가까워 성당 보존위원회에 따르면 "공사가 강행될 경우 지하수 흐름을 바꿔 지반 침하가 불가피하고 공사장 진동으로 성당 구조물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무튼 해외출장을 다니다보면 유럽 특히 중세시대 교회 건축물을 보면서 "우리는 왜 저런 건축물들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건축 기간이 수십년 걸리는 것은 보통이고 어떤 것들은 대를 이어 건축하고, 아직도 '건축 중'이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전통 양식을 고수하고 끊임없이 보수하면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도 선교초기엔 한옥으로 된 예배당이 있었습니다. 소위 '一'자 예배당, 'ㄱ'자 예배당, 'ㅁ'자 예배당 등 고유의 한옥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예배당들이지요. 최근 몇몇 예배당을 총회가 사적(史蹟)으로 지정하고 보존과 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듣습니다. 그러나 그런 예배당은 극소수일 뿐 전후시대를 맞으며 한국교회 예배당은 일본식 건물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서양식 건물도 아닌 혼합형, 그야말로 국적불명의 예배당 건물들이 들어섰습니다. 당시는 경제가 핍절했고 건축에 대한 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것이지요. 80년대 이후 들어서서야 비로소 신학적 사고를 통한 교회 건축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에스겔서 48장 35절에 보면 새롭게 회복된 예루살렘 성읍의 이름을 '여호와 삼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호와 삼마의 뜻은 '여호와께서 거기 계시다'란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회복된 성에 거하시겠다는 약속입니다. 건축물의 규모나 외관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현존이 느껴지는 내적 아름다움을 가진 예배당이 아닐까요? 그러할 때 그곳에 성령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며 참된 부흥이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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