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기찻길

데스크 칼럼 / 기찻길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5월 23일(수) 00:00
'경의선 남(南) 열차' 낮 12시18분, '동해선 북(北) 열차' 12시21분, 군사분계선(MDL) 통과!

지난 17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경의선은 56년 만에, 동해선은 57년 만에 기적소리를 힘차게 울리며 분단의 벽을 통과했습니다.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남측 통일부 장관과 북측 내각책임참사 등 남북 탑승객 1백50명을 태운 디젤기관차는 반세기 넘도록 민족의 숙원이었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구호로 표현된 그 소원을 드디어 풀게된 것이지요.

AP와 로이터 등 주요 통신과 더 타임스,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유력 신문들은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된데 대해 일제히 "한국이 세계와 연결됐다"며 부산과 아이슬란드간 육로 통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이 그동안 대륙과 접해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섬처럼 항공이나 선박편으로만 다른 나라와 교류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열차 시험운행을 계기로 그런 고립 상태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남북간 철로 연결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원칙적으로 합의됐고 2003년에 완공된 상태였습니다. 당초 지난해 5월 열차 시험운행이 합의됐었지만 운행 전날 북측이 갑작스레 취소한 뒤,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와 핵실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을 둘러싼 문제 등이 얽히면서 계속 지연돼 오다가 지난주에야 남북간 장성급 회담에서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 조치에 합의하는 등 갖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가 된 것입니다.

정기 운행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시험운행이 그저 하나의 이벤트처럼 한번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동안 기차를 타고 다녀도 기찻길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은 없었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바라본 두개의 철길은 서로 평행을 유지하며 나란히 이어져 있었습니다. 남과 북이 그동안 서로 평행을 유지해 온 것처럼…. 그런데 철길은 왜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며 가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안도현 시인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서로 등을 돌린 뒤에 생긴 모난 거리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둥근 거리, 철길은 절대로 90도 각도로 방향을 꺽지 않는다.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을 다 둘러본 뒤, 천천히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기 위해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했다면 반세기 넘도록 서로 그리워한 둥근 거리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제 경의선과 동해선이 부지런히 교차하며 남과 북을 오갈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남남북녀가 만나 서로 연서를 주고 받고 남과 북의 사람들이 도라산 역에서 가락국수를 나눠먹으며 서울과 평양의 소식을 나눌 수 있게 되는 날 들이 속히 오기를 앙망합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