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처음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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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7년 02월 12일(월) 00:00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돌아왔습니다. 지금이야 추석과 함께 민족 최대의 양대 명절로 자리매김했지만, 설은 본래 우리 민족 고유의 정월 초하루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찬밥 신세였습니다.

1894년 갑오경장 이후 개혁의 기치 아래 양력 설이 도입되면서 1백여 년 간 '구정'으로 불렸고 1989년 이후 설날로 재차 불려지며 공휴일 수도 늘어났지만 '이중과세'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최근 신정 연휴가 하루로 줄어들면서 비로소 자기 자리를 되찾게 된 것이지요. 설날의 어원으로 대개 세 가지의 설(說)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설음'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는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묵은해에서 새로운 해로 가는 전이과정으로, 아직 완전히 새해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지 못한 단계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선날' 즉 개시(開始)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 유래됐다는 설입니다. 이 '선날'이 연음화 과정을 거쳐 설날이 됐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근신을 의미하는 '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 '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는군요. 이는 설날을 한자어로 신일(愼日)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일이란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란 뜻인데, 새로운 시간 질서에 완전히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 말이라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볼 때 선조들은 설이란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며,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맞아들이는 날로, 아직 익숙치 않기에 조심해야 하는 날"로 지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태양력으로 새해의 두 번째 달을 보내고 있지만 설날을 맞으며 사람들은 새해에 결심했던 것들을 재다짐하게 됩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는다 / 새 신발을 사면 교회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 소리로 시작한다 /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이라는 글 다음에 자기 이름을 써본다 /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맞춤을 한다"

고 정채봉 시인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시집 중 '첫 길들기'란 시입니다. 시인은 "기쁨은 첫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반해 불평은 묵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행복의 열쇠는 금고를 여는 구멍과 맞지 않고 마음을 여는 구멍과 맞는다."고 말합니다. 첫 단추를 채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실 첫 자가 들어가는 것 중 가슴 뭉클하지 않은게 어디 있겠습니까? 첫 사랑, 첫 키스, 첫 눈, 첫 아이, 첫 돌, 첫 월급, 첫 실패….

오늘은 오랫동안 덮어두었던 한 시인의 시집을 꺼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하나님과 이웃을 잘 사랑하기 위해서 새해엔 먼저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지"라는 시구(詩句)가 들어있는 시의 시제(詩題)가 무엇이었는지 아른거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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