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세이]기쁜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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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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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0일(수) 00:00
글 유혜자 그림 장주봉


내 얼굴은 바람에 쓰리고
내 속눈썹은 바람 속에 따가웁고
잿빛바위와 같은 양들이
내 인간의 허식을 꺾어주게 하렴.

R. 키플링의 '크리스마스 목가'를 읽으며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양치기의 크리스마스음악'을 듣는다. 은은한 오보에의 연주로 시작되는 이 서주(序奏)는 목가 같아서 초원에서 풀을 뜯는 하얀 양떼와 해질녘 양치기의 피리 소리에 떼지어 돌아오는 양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한해 동안 풀밭 같은 세상에서 살며 바람에 얼굴이 쓰리고 속눈썹이 따갑도록 시달렸던 일이 떠오르지만, 양처럼 그윽하게 눈을 내리뜨고 성찰하고 싶다. 남을 위해 양처럼 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탐욕과 허식에 기울여 의에 순종하고 이웃과 친애하며 평화를 만드는 일에 등한하지 않았던가. "잿빛바위와 같은 양들이 내 인간의 허식을 꺾어주게 하렴"같은 시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철이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그가 49세에 쓴 총 64곡으로 이뤄진 6부 작으로 성탄의 이야기를 직접 음악화한 가장 크리스마스적인 음악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바흐(Bach, Johann Sebastian 1685-1750)는 이 곡과 '부활절 오라토리오', '승천제(昇天祭)오라토리오' 등 세 곡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 오라토리오는 성경을 내용으로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반주에 맞춘 독창, 합창, 그리고 관현악 연주도 있는 '움직이지 않는 오페라'이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본격적인 종교음악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것이 오라토리오라는 음악이다.

이 오라토리오는 예수 탄생의 커다란 의미를 밀도 있게 응축한 신앙고백이다. 초연 당시에는 크리스마스날로부터 이듬해의 1월6일까지 6일에 나누어 연주했다고 한다. 1부 작은 9곡으로 크리스마스날에 연주했는데 큰 제목은 "자, 축하하라, 이 좋은 날을"로, 요셉이 정혼한 마리아와 베들레헴으로 호적에 올리려 갔다가 말구유에서 아기를 낳는 누가복음 2장 1절부터 7절까지의 내용이다. 애틋한 정경이 밝고 사랑스러운 합창, 중창, 아리아에 담겨 있다.

내가 쉽게 듣는 '양치기의 크리스마스 음악'은 14곡으로 이뤄진 제2부 "이 땅에 노숙하여"의 첫 곡으로 가사가 없는 서주이다. 2부 작은 크리스마스 제 2일에 연주했는데 이 서주는 일반적으로 '전원 심포니'란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고 이 곡만 따로 자주 연주된다. 2부 작 전체의 내용은 천사가 양치기들 앞에 나타나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고 환호하는 것으로 누가복음 2장 8절부터 14절까지의 이야기이다.

제3부는 그리스도 탄생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으로, 양치기가 베들레헴으로 가서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확인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데까지의 이야기이다. 제4부는 그리스도가 태어나 8일 후에 예수라고 이름지어진 것을 축하하는 내용이고 제5, 6부는 구세주의 탄생을 알고 동방에서 찾아온 박사들의 행적이다. 마구간의 아기를 찾아 탄생을 축하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면 헨델의 오라토리오'메시아'나 하이든의 오라토리오'천지창조'처럼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도 교회에서 몇 곡씩 발췌해서 연주되기도 한다. 그중 2부의 서주 '양치기의 크리스마스음악'이 '예수는 만인의 기쁨', '양떼는 조용히 풀을 뜯고' 등 칸타타와 함께 잘 알려진 바흐의 음악이다.

예수 님은 기독교인들인 양떼를 기르고 지키시는 목자이다. 그리스도가 처음 이 땅에 오셨을 때, 천사들이 이 기쁜 소식을 맨 먼저 양치기들에게 전하신 의미를 알 것 같다.

'양치기의 크리스마스 음악'을 들으면 아흔 아홉 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이 어느 골짜기에서 헤맬까 염려하는 목자의 사랑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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