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1907년의 흔적이 사라진다

논설위원 칼럼 /1907년의 흔적이 사라진다

[ 논설위원 칼럼 ] 정장복/한일장신대 총장, 장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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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5월 18일(목) 00:00
인간이 사는데 있어서 변화의 몸부림은 당연한 과정이다. 문명의 이기(利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집을 버리고 과감한 변화의 시도를 해야 한다. 어제의 향수에 젖어 사는 세계에서는 새로운 도전과 발전을 가져오기가 힘들다. 사회도 구조와 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상과 실현이 없이는 원시사회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경쟁사회의 진정한 모습은 늘 새로운 것의 개발과 사고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별히 21세기에 접어들어 전 세계가 모두 무섭게 변화를 추구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변화의 물결에 둔감해야 하고 편승을 주저해야 할 분야가 있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교의 신앙세계이다. 영원한 진리인 복음의 실체와 수용의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변화를 꾀할 수 없는 명제이다. 만에 하나 이 진리가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여 그 본질과 형태를 달리 한다면 그곳에는 진리의 훼손이 일게 된다. 그리고 그 종교는 이름만 남을 뿐 그 영역의 영향은 미미하게 된다. 그래서 진정한 진리는 변화와의 타협이 형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진리를 고수하기 위한 순교적 투쟁이 있게 된다.

우리 한국교회가 현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첨단을 달리는 물질문명은 우리 민족의 삶의 질과 형태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거기에 더하여 가치기준까지 달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에까지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일차산업인 농경사회로부터 산업사회, 특히 전자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환경의 특성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교회가 아름답게 간직하여 온 신앙의 형태마저 그 모습을 달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1907년 평양에서 대각성부흥운동이 성령님의 역사로 일어났을 때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한 통회의 기도가 방방곡곡에서 터져 나왔었다. 그 여진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였고, 하나님 앞에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보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하였다. 그 결과 외국인의 눈에 비쳐진 한국교회의 특성이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되어 기록된 바 있다.

먼저는, 예배를 위하여 모이는 열심은 세계의 어느 교회에서도 모방할 수 없었다. 서구의 교회처럼 한 주간에 한 번 드리는 주일 낮 예배로는 그 뜨거운 신앙의 표현을 다할 수 없어 주일 밤, 수요기도회, 철야기도회로 모일 정도로 뜨거운 예배의 열심이었다. 둘째는, 하나님의 말씀을 생명의 만나로 알고 열심히 배우고 연구하려는 열의가 대단하였다. 자신의 성경이 다 해어지도록 줄을 긋고 메모를 하면서 말씀을 사랑하는 열심은 실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셋째로,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려는 열의는 전도와 선교에 놀라운 결실을 가져와 다른 어떤 나라의 교회도 따라올 수 없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넷째로, 종교심으로 가득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기도의 열심에 불길을 뿜었다. 이러한 기도생활은 세계교회의 추종을 불허하는 새벽기도회의 종주국으로 뿌리를 내리게 하였다. 끝으로, 외국의 교회에서는 그 단어마저 생소한 십일조 생활의 정착이다.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친다'는 투철한 신앙은 교회마다 우뚝 솟은 예배당과 세계를 향한 선교의 행진을 가능하게 하였다.

참으로 아쉬운 것은 위에서 열거한 한국교회의 전통이 서서히 시들어져 간다는 점이다. 극소수의 교회만이 이상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 대다수의 교회들이 변천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그 뿌리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때마다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여 교회의 전통을 포기하고 힘없는 교회로 추락한 서구의 교회를 본다. 그리고 그들이 결코 우리의 모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별히 한국교회를 거듭나게 했던 1907년의 대각성부흥운동이 내년이면 1백년이 되기에 ‘우리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거듭한다. 처음 사랑을 회복하여 교회의 촛대가 주님 오실 때 까지 우리 한국교회에서 타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하나님의 칭찬이 가득한 한국교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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