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3> 청년 총회를 꿈꾼다

WCC<3> 청년 총회를 꿈꾼다

[ 교계 ] 참가 비율 기준 못미치지만 목소리 내기 위한 배려와 노력 지속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6년 04월 30일(일) 00:00

세계교회 속에 한국교회의 위상과 면모의 신장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지난 세기 교세의 놀라운 성장은 물론이고 금세기 초 세계 2위 규모로 올라선 한국교회의 선교가 또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신장과 발전의 면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커다란 간격을 보이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교회 내 지도력의 다양성 부재와 불균형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총무:새무얼 코비야) 총회와 같이 전세계교회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에 처음으로 참석하는 한국교회 대표들은 종종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혼란을 겪기도 하는데 그것은 언어나 피부색보다는 의복과 공식 총대들의 면면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교회를 방문. 연차 총회에 참석한 외국 교회 대표들이 짙은색 정장과 남성 일색의 대표들로 가득찬 회의장에 대해 갖는 놀라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 구성에 있어 WCC와 같은 세계 교회 기구들은 엄격한 비율 배분을 명문화된 규정으로 제시해 대표 파송시에 적용하도록 회원 교회들을 격려하고 있다.

WCC의 경우는 목회자와 평신도의 비율은 물론 남녀의 비율, 청년 대표의 비율 등을 제시해 교회 지도력의 독점을 맞고 교회 내 다양한 지체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제9회 WCC 총회의 경우는 총회의 네 가지 정신 가운데 하나로 '청년 총회'라는 목표를 내세워서 교회 젊은이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구체적인 의결 과정에 반영되고 대표성 또한 확보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경주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총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향후 7년간 WCC의 중요 정책 결정을 맡게 될 중앙위원회 구성에 있어 청년 대표들의 인선 비율을 둘러싸고 청년들 뿐만 아니라 각계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7백 명의 총대를 포함 4천여 명이 공식 등록한 제9차 총회에 청년들의 참여율은 얼마나 됐을까. 공식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공식 총대 중 청년 대표는 1백5명으로 15.2%에 달했고, 총회에 참석한 청년들의 비율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1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참석 비율은 성비(性比)에 있어 남녀를 각각 50%로, 교직에 있어 성직자와 평신도를 또한 같은 비율로 제시하고, 청년 참여율을 25%로 제시한 참가자 비례에 대한 WCC의 요구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이번 총회가 내선 '청년 총회'의 실현 여부의 한 가늠자로 중앙위원의 청년 인선 비중을 몇 퍼센트까지 끌어올릴 것인가가 이번 총회 인선위원회의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해당 위원회의 보고와 본 회의장에서의 토론, 그리고 장외로 이어진 청년들의 침묵 시위와 총무를 비롯한 WCC 관계자들의 진지한 대화 노력 등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는 기자의 심정은 격세지감과 함께 취재길에 오르며 가졌던 착잡한 심정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인선이 한참 진행되는 중에 본 회의장에서는 물론 기자 회견 석상에서도 '청년 총회'라는 구호가 허구적인 것은 아니냐는 지적과 질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코비야 총무는 이상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 한계들을 인정하면서도 "비록 총회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총대나, 중앙위원의 인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총회 안팎에서 총회를 섬기고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청년들이 9백여 명에 달한다는 점은 분명 이번 총회를 '청년 총회'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반증"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도 이번 총회에 3개 교단에서 모두 8명의 공식 총대를 파송했는데 그 가운데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파송한 청년 여성 총대가 있어 '청년총대 전무(全無)'라는 부끄러움은 면했지만, 전반적 총대 수 축소 조정으로 인해 여성과 청년들의 대표 파송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회원 교단, 특히 한 두 명의 대표를 파송하는 교단에 있어서는 오히려 일반화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교회 입장에 있어 이번 총회에 특별히 주목해야 할 청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본 교단에서는 스튜워드를 한 명 파송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공식 대표를 포함 산하 청년회 연합회 소속 3명을 전시를 위한 '무찌라오' 참가자로 파송했고,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신경하) 역시 산하 감리교신학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두 사람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참여토록 했다.

한국교회에 있어 청년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차세대 에큐메니칼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관심은 지난 제8차 총회에서 본 교단을 통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총회를 앞두고 총회 산하 신학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참가희망자를 접수, 공개적인 선발과정을 거쳐서 세계선교협의회(CWM) 에큐메니칼기금을 통해 무려 11명의 신학생들이 아프리카 하라레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신학생들은 남북한 합동예배에서는 물론이고 사전에 연습과 준비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펼쳐 보이고, 학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오전 7시면 세계 각국의 에큐메니칼 지도자들을 초청해, 진지한 대화와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던 것. 이를 통해 모임에 초청받은 학자와 교계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이 소식을 들은 WCC 집행부에도 차세대 육성에 소홀했던 데 대한 반성과 함께 한국교회의 구체적 실천을 배워야 한다는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신학생으로, 청년 대표로, 자원봉사자로, 회의에 참석했던 금주섭 김동성 진영종 목사 등 젊은이들이 귀국 후 신학 수업을 마치고 에큐메니칼 실무자로 사역하거나 해외 에큐메니칼 기구와 신학교육 기관에서 한국 교회와 세계교회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있다. 또한 이번 총회에서 중앙위원과 함께 실행위원으로 선출된 기감측의 정해선 부장(교회협) 역시 당시 청년 총대 자격으로 참석, 귀국 후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사역의 일선에서 활동하며 이번 총회에서 뚜렷한 세대 교체의 한 축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표식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013년 제10차 총회 유치를 위한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한국교회로서 특히 에큐메니칼 신학을 교단의 정체성으로 밝혀 온 본 교단으로서, 차세대 지도자 육성을 위한 관심과 노력들은 내일이 아니라 어느새 오늘의 과제로 다가서 있다.

한국교회 청년 참석자들

"이곳을 찾아 오신 많은 분들도 한국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까웠고, 할 수 있는대로 한국의 분단 상황과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들을 소개하는 데 설명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본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 밖에 마련된 1백개의 부스 가운데 한 곳에 언제나 활기찬 모습의 한국 젊은이들이 있어 차분한 대화로 전시 공간에 설치한 빼곡한 내용과 사진들의 의미를 힘주어 전달하는 모습을 언제나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에 속한 이들은 회의가 시작된 14일부터 폐막될 때가지 전시 공간을 지키며 '평화의 무지개(Rainbow of Peace)-평화의 기도문 만들기 작업과 푸른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배지를 이름표마다에 달아주며 한국교회의 얼굴과 입으로서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감당했다.

기청 임원으로 현재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중앙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윤재향씨와 공식 총대로 본 회의장과 전시공간을 오가며 1인 2역을 감당했던 국제협력위원장 배유미씨 그리고 교육훈련위원장 송준민씨 등은 "기간 중에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관심사에 함께 동참하며 많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과 함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영섭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교회 대표들과 교회협 관계자들이 함께 방문하셔서 주의깊게 전시된 내용들을 살펴보고 갔다"고 소개하고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합동예배와 함께 지구 반대편에서 분단된 북한의 교회 대표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새로왔다"는 느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업저버 자격으로 무찌라오와 아침 저녁 예배는 물론 본 회의장의 공개된 자리에는 언제나 모습을 나타냈던 두 사람의 젊은이들은 바로 어성찬씨(감신대 신대원 졸)와 김인수씨(감신대 대학원재) 등 감리교 목회자 후보생들.

"학교에서 총회 참가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했는데 선발이 되어 참가 경비의 절반 가량을 지원받고 특별한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밝힌 어 씨는 유학을 준비하는 중에 뜻밖에 세계교회의 생생한 현장 경험 기회에 남다른 감회를 나타냈다.

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인수씨는 "그동안 수업등을 통해 에큐메니칼 운동의 '과거'에 대해 배울 수 있었는데 세계교회의 다양한 논의들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를 무찌라오나 성경공부 또 본회의 석사의 토론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다른 나라 목회자와 신학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신학 교육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된 반면, 한국의 지역교회들이 신학적 이슈들과는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본 교단 소속 청년으로 이번 총회에 스튜워드로 참석한 조원희씨(현대교회 출석)는 "총회를 참석하기 전에는 단순히 자원 봉사 역할을 하게 되는가 생각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우리를 향해 '새로운 리더십의 경험'을 갖도록 격려하는 모습이 새로왔다"면서, "전 세계에서 비슷한 비전과 생각을 공유한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교회의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총회를 통해 받았던 마음의 충격에 대해 "이번에 만난 대부분의 청년들이 각자 지역교회나 에큐메니칼 기구 등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분명한 의제와 현장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해 왔던 경험들을 나누면서, 나 자신을 포함해 한국교회 청년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점"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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