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젓가락과 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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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칼럼 ] 조재호 / 고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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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22일(수) 00:00
얼마 전에 동남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교우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예쁜 나무젓가락과 식사할 때 식탁에 놓거나 무릎에 얹어 놓는 개인용 보자기 세트였다. 젓가락이나 작은 식탁 보자기 선물은 새로 이사 간 집이나 결혼한 사람에게 칼을 선물로 하는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요즘의 식탁에 젓가락 대신 포크가 자주 오르기도 하고 어느 학교 급식에는 아예 간수하기 귀찮은 젓가락은 치우고 포크가 대신 쓰인다고 한다. 젓가락과 포크는 음식물을 식탁에서 입으로 이동시킨다는 동일한 기능을 하지만 그 메카니즘은 완전히 다르다. 젓가락으로는 음식물을 집고 포크로는 음식물을 찍는다. 음식을 집어서 먹는 심리 구조와 창으로 물건을 찍듯이 찍어서 먹는 심리 구조는 전혀 다르다. 그 뿐만 아니라 젓가락을 유창하게 사용하는 세미한 손 운동과 뇌신경 기능의 발달은 우리나라 정보기술이나 생명공학 기술의 원초적 바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탁월한 민첩함으로 번개 불에 콩을 볶기도 하고 그 볶은 콩을 젓가락으로 날렵하게 집어 먹기도 한다. 그리고 그 젓가락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흥겨울 때, 때로는 밥상머리에서 장단을 맞추는 악기로도 넉넉히 쓰인다. 보자기 역시 우리의 정서가 물씬 베어있는 쓰임새 많은 일상 용품이다. 가방이 없던 시절 보자기를 허리에 두르면 가방이 되기도 하고 우산이 귀하던 시절, 머리에 두르면 비 막이 바람 막이로 쓰이기도 한다. 둘둘 말면 이어주는 끈이 되고 땅에 넓게 펴면 두 사람 사이좋게 앉을 수도 있다. 앞에 두르면 앞치마가 되고 상을 덮으면 지저분한 것 모두 가리는 상보가 된다.

우리의 목회에 이런 젓가락과 보자기가 필요하다. 포크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포크로 음식을 찍어 다른 사람 먹으라고 넘겨주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네 식탁에서는 손님이나 정다운 사람을 섬기기 위해 깨끗한 젓가락으로 맛있는 반찬을 먹을 만큼 집어 위치 이동을 시킨다. 포크가 놓여 진 식탁은 혼자 먹겠다는 경쟁의 식탁이고 젓가락이 놓여 진 식탁은 나눔과 섬김이 있는 축복의 식탁이다. 목회는 하나님 식탁의 음식을 나누는 축복의 사역이다. 온갖 종류의 음식 가운데 상 건너에 앉은 사람 입에 맞는 음식을 잘 선택한다. 그리고 적절한 양을 잘 모듬어 먹기 좋게 내미는 것이 젓가락의 섬김이다. 목회의 식탁에 나눔과 섬김의 젓가락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 목회자들은 기본적으로 부지런하게 젓가락 목회를 잘한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로부터 까다로운 젓가락질을 잘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젓가락질은 우리나라 IT(정보기술)아와 BT(생명공학)의 원초적 바탕 기술을 제공할 뿐 만 아니라 목회 사역의 원초적 바탕 마음을 마련해 준다. 교회의 식탁이나 신학교의 식탁위에 포크를 치우고 젓가락을 사용해야 한다.

목회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적절한 젓가락질과 더불어 보자기 사용이다. 목회의 보자기는 주로 덮어 주는데 사용된다. 졸음이 스르르 올 때 신문지라도 덮어 주면 얼마나 포근한가? 가지고 있는 보자기를 펴서 덮어 주면 더 말할 나위 없고 사랑의 냄새가 베어 나온다. 지저분한 곳을 잠시 정리하기 위해서 덮어 두기도 한다. 목회는 사람을 덮어 주는 것이다. 하나님이 십자가가 새겨진 보자기로 우리의 허물을 가려주시고 덮어 주셨듯이 하나님의 목회는 보자기로 덮어 주는 것이다. 세상은 자꾸 파헤치려고 하지만 목회는 보자기로 가려주고 따뜻하게 덮어 주는 것이다.

지능지수(IQ)가 전부인줄 알았던 시대가 있었다. 감성지수(EQ)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런 요즈음에는 더불어 함께 사는 관계지수(RQ, Relation Quotient 혹은 NQ, Network Quotient)를 이야기 한다. 기술과 기계가 정복하고 들어오는 차가운 경쟁 세상에서 따뜻한 마음을 만나서 사람 사는 관계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세상이다. 한복을 입으신 예수님은 젓가락과 보자기를 갖고 다니신다. 젓가락과 보자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지수를 높여 주며 행복을 만들어 내는 신기한 물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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