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종소리

성령의 종소리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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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07일(화) 00:00
   
지금도 기억되는 종소리가 있다. 1945년 8월 15일, 오후 평일인데 교회 종소리가 울렸다. 궁금해서 달려가 보니 우리나라의 해방을 알리는 종이란다. 당시에는 급하게 여러 사람들에게 일시에 알릴 수 있는 전달수단이 없다 보니 교회의 종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었다.

해방 전부터 50년대까지는 교회서 들리는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고, 60년대는 마을마다 엠프를 통해 들려오는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되는 새마을 노래로 새벽 잠을 깨웠으며, 70년대는 교회들마다 종을 차임벨로 바꾸어서 아름다운 찬송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들어서는 서서히 새벽 종소리가 우리들의 귓가에서 사라져갔다.

돌이켜보면 한국 교회의 부흥의 불길은 새벽마다 일제히 울리는 새벽기도 종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자고 나면 천막교회가 생겨나곤 했다. 그러나 종소리가 사라지고 나서부터 교회 성장의 속도도 둔화되는 듯 하다. 다행히 수 년 간 제자리 걸음을 해오다가 지난 총회 때 다소 증가한 교세보고를 접해 감사하다.

올 해도 지난 달 교인 십 여 명과 함께 매년 가는 성지순례 길에 올랐다. 금년에는 좀 바빠서 일정을 십일로 줄이고 그러다보니 순례지도 줄였다.

암스테르담을 거쳐,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하여 개혁가 쯔빙글리 신학아카데미, 제네바의 종교개혁기념비, 칼빈의 집과 무덤 등을 순례하고 알프스의 긴 국경 터널을 통과하여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태리 토리노를 거쳐서 베니치아, 아시시, 폼페이 등을 거쳐 로마에 도착하였다. 이번 순례 코스는 로마를 제외하고는 처음 가는 코스로 내 임의로 정한 제4의 코스다. 매번 그러하지만 이번 순례에서도 필자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스위스나 이태리 전역은 어디를 가나 교회당이 많다는 것이다. 성인들을 기념하고 군주와 귀족들의 기념 상징물처럼 지어지고, 교회나 부유한 개인이 모두 다투어 교회당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베니스의 상인'으로 유명한 베니치아는 섬으로서 수중도시로 이루어진 작은 곳인데도 교회와 성당이 백 여 곳이 넘는다고 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둘째로, 아시시를 방문했을 때의 감동이다. 로마 바티칸이 가톨릭의 막강 교권으로 이루어 놓은 흔적이요 장소인데 비해, 아시시는 그와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한 시대를 가장 존경스럽게 살아간 성 프랜시스 한 사람을 위한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명성에 걸맞는 분위기를 아시시에서 흡족하게 느꼈다. 누가 강조하지 않았고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친절한 안내를 통해 그를 기념하는 두 곳의 성당을 둘러보며 겸손한 성자의 뒷 모습을 보는 듯 감동스러웠다.

셋째로, 종소리였다. 한국교회의 새벽을 깨우던 그 종소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도 그 향수를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스위스와 이태리 각 곳에서 정오가 되니 그 많은 교회마다 일제히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너무나 놀랍고 감동스러웠다. 한국은 '빨리 빨리'의 문화로 모든 것들이 숨가쁘게 변하여 가는데, 시간이 멈춘 도시와 같이, 오백년, 천년 넘어 변하지 않고 울리는 종소리는 순례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감동에 젖게 한다. 교회가 날로 쇠퇴해가고 있다지만 역사 속에 계속하여 울리는 종소리가 그들의 문화와 더불어 신앙의 잠도 깨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맞이하고 있다. 참 감사한 것은 1907년 평양 장대현 교회에서부터 길선주(당시 장로) 목사에 의해 일어났던 새벽기도 운동이 다시 불일듯 일어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지난 3월 1일부터 4일까지 명성교회서 드리는 새벽기도회를 생방송으로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 외에도 많은 교회들과 연합단체들에서 새벽기도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교회 역사에 대부흥운동을 일으켰던 1백주년을 맞이해서 비록 교회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그쳤지만, 성령의 진한 감동으로 교회마다 목회자의 가슴과 성도들의 가슴에 울려주는 성령의 종소리가 메아리 쳐서 1천2백만 성도가 이 시대를 일깨우는 파수꾼이 되어 제 2의 부흥운동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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