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평양 유경호텔

데스크창 평양 유경호텔

[ 데스크창 ]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11월 15일(화) 00:00
북한의 중심부 평양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피라밋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미사일 모양을 한 거대한 건물의 위용에 압도된다. 평양의 서부, 보통강 구역 중심 광장에 1986년 여름에 착공하여 1989년 말까지 지어진 이 건물은 지상 3백30미터 1백5층의 유경호텔이다.

평양의 명산 모란봉이 해발 1백20미터 정도인데 비해 해발 3백40미터인 최정상층 전망대에서는 주변의 대성산, 노학산과 대보산 줄기가 보이며 맑은 가을날에는 1백리밖의 남포 제련소 굴뚝연기가 보인다고 한다.

기초로부터 최상층까지 모두 철근콘크리트 구조인 이 건물은 평면에서 상호 12°를 이루면서 방사선 방향으로 인자를 그리며 정면도는 메 산(山)자를 연상시킨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거대한 로켓이 연상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부지만 40만m2 총건축면적 40만m2, 객실이 무려 1천40개인 이 호텔 건물의 시공설계는 평양도시설계연구소와 백두산건축연구원이 공동으로 맡고 당중앙위원회 직속당원 돌격대인 '105호 돌격대'가 시공하였다고 한다. 원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싸인한 것은 1백층이었는데 105호 돌격대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나중에 105층으로 수정하였다는 후문이 있다.

그러나 이 호텔은 15년 전에 이미 구조공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준공이 되지 못한 채 오래 세월 방치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건물의 모든 설계에서 전기, 위생, 환기 설비와 일체 마감재료, 외벽유리 등을 수입제품으로 예견했는데 북한의 경제사정이 허락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90년도 초부터 홍콩과 싱가폴의 재벌들과 호텔 경영권을 양도하는 조건에서 합작투자를 시도해 왔지만 개방이 안된 조건 하에서 투자유치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듯했다. 또한 북한 평양을 오가는 관광객이 아주 적어서 현재 평양 시내의 외국인 전용 호텔도 텅비어 있는 형편에서 애초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는 지난 2002년 11월에 이어 지난 11월 10일 아침에도 숙소인 보통강호텔 객실 베란다를 통해 그 위용을 드러낸 유경호텔의 거대한 장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1백5층의 거대한 호텔이 비석처럼 풍화되고 있는 모습이나 수백년에 걸쳐 지어진 유럽의 고풍어린 성당들을 유지하기 위해 음악회 공연장으로서 그 기능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며 '더 크고 더 화려하게'병에 걸린 일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연상돼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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