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악(禮樂) 정치가 그리운 시대

예악(禮樂) 정치가 그리운 시대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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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8일(화) 00:00
   
문성모대전신학대학교 총장
문성모
대전신학대학교 총장

예로부터 정치와 음악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조선시대의 최고의 음악이론서인 성종 시대의 '악학궤범'(樂學軌範)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허(虛)에서 발하여 자연(自然)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여 혈맥(血脈)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流通)케 하는 것이다. 느낀 바가 같지 않음에 따라 소리도 같지 않아서 기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날려 흩어지고 노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거세고 슬픈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애처롭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느긋하게 되는 것이니 그 같지 않은 소리를 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인도(引導) 여하에 달렸다. 인도함에는 정(正)과 사(邪)의 다름이 있으니 풍속의 성쇠 또한 여기에 달렸다. 이것이 악(樂)의 도(道)가 백성을 다스리는 데 크게 관계되는 이유이다."

위의 글에 보면 지도자의 덕목에 대하여 '같지 않은 소리를 합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풍속의 성쇠 또한 여기에 달려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러한 예악(禮樂) 사상을 모르는 정치가가 권력을 잡게 되면 백성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게되고,그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편을 가르게 하고,상대방을 죽이고 매장시키며 피 냄새가 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음악에서 좋은 지휘자는 여러 다른 소리를 모아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정치란 여러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조화시키는 일이다.

이 예악 사상이 지향하는 조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형벌보다는 교화를 앞세울 것을 말하고 있다. 악학궤범에는 삼황오제(三皇五帝) 시대를 가리켜 말하기를,"이는 모두 예악(禮樂)을 먼저하고 형벌(刑罰)을 뒤로하여 교화(敎化)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므로 사방(四方)이 교화된 공효(功效)가 있었고 40년 동안 형벌이 없는 융성함이 있었다"고 말한다.

좋은 정치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이 소리를 모으는 것이요,각각의 특성을 살리되 하나의 하모니가 되게 하는 것이요,어떤 특정한 악기에 편애하지 않고 전체의 음악을 작곡자의 의도대로 입체화 시켜 청중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는데 있다. 정치란 사람을 다스리는 일이다. 사람을 다스린다는 뜻은 천차만별의 사람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화시키는 일이요,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목소리의 불협화음을 모아 아름다운 협화음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오직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순리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좋은 정치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로운 모습을 닮는 것이며,좋은 정치 아래서 사람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에 중용을 이룬다. 중용의 감정에서 법(法)은 덕(德)에 압도당한다. 용장이 지장을 당하지 못하며 지장이 덕장을 이기지 못한다. 이 시대가 요청하는 지도자의 자격은 많이 알고 똑똑하고 정의감에 흥분하고 정치적 감각이 예리한 사람이 아니다. 이미 지식이 높은 시대요 저마다의 정의가 다른 시대요 정치꾼들은 편을 가르는 못된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덕장(德將)이 필요한 시대요, 같지 않은 소리를 하나로 만드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

이 나라에 소리를 하나로 모을 줄 아는 정치가가 없어서 연일 시끄럽다. 우리 총회와 노회와 교회에 사람들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중용으로 이끌 지도자가 없어서 문제가 많다.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고 덕과 사랑은 멀다. 교인이 교인을 세상 법정에 고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목사와 당회의 갈등이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사도록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성 총회와 성 노회 후에 들리는 여러 잡음들은 하모니보다는 불협화음이 많다. 불협화음의 이스라엘 백성의 소리를 하모니로 만들 줄 알았던 모세와 같은 지도자를 이 백성이 원하고 교회가 원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도자여,음악을 들어라! 음악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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