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투아웃

9회말 투아웃

[ 데스크창 ] 데스크창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10월 04일(화) 00:00
얼마 전에 '역전의 명수'라는 한국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었다. 막판 뒤집기를 잘하는 주인공의 스토리인가? 하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에겐 좀 실망스러울 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역전(驛前)에 사는 명수라는 사내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또 다른 반전을 유도한다.

진짜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이 붙여진 야구팀이 있었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고교 야구에서 군상상고는 이 타이틀에 걸맞게 1970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9회말 투아웃 이후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군산상고가 그후 몇번이나 더 대역전극을 펼쳤는지는 모르지만 이 한번의 짜릿한 역전 우승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군산상고^역전의 명수'라는 등식으로 각인되었다고 생각한다.

1974년 남아공 더반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물리치고 챔피언에 오른 홍수환.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엄마 나 참피언 먹었어" "장하다 대한국민 만세다"라는 말이 온 국민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탄 홍수환은 그후 파나마의 헥토르 카라스키야와의 WBA 주니어페더급 타이틀매치에서 초반에 무려 네번이나 다운을 당하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상대를 KO로 제압해 '4전5기'의 기적같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 달 30일 대전중앙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예장 합동측 제90회 총회는 개회 전부터 본교단 광성교회 이탈측과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평강제일교회를 교단 산하 서북노회가 영입한 문제를 두고 엄청난 혼란이 야기됐다. 총신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고, 총회를 앞두고 결성된 비상대책위는 이단 교회와 형제교단에서 면직 출교된 자를 영입하는 것을 결사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총회가 개회되자 모든 관심은 이단교회와 그들을 받아들인 서북노회 관련자 처리에만 쏠렸다. 평강제일교회를 영입한 서북노회가 10월말까지 가입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자동 해체한다는 긴급동의안이 가결됐다.

이때까지는 합동측이 형제교단과의 신의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이 보였다. 광성 이탈측의 운명이 서북노회가 평강제일교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렸지만 본교단을 비롯, 한국교회 대다수가 그토록 염려하며 지켜본 광성 이탈측에 대한 처리는 지리한 말싸움과 오가는 고성, 몸싸움 속에 묻혀버리는 듯 했다.

그러나 폐회 직전에 집행부가 상정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광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고 '교단에서의 퇴출'이라는 초유의 결의가 이어졌다. 야구로 말하면 9회말 투 아웃 이후 터진 역전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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