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행동을 만드는 힘

사고와 행동을 만드는 힘

[ 헬로티쳐 ] 장남기목사의 교육칼럼 '헬로티쳐'(12)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5년 09월 07일(수) 00:00
8월중순부터 9월 초까지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국 신문들을 보면 자주 보게 되는 광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학교' 혹은 '한글학교'에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학생 모집 광고이다.

지역 교회가 광고를 내는 경우도 많이 있고 교회와 상관없이 한인 사회를 위해 한국학교를 운영하는 봉사 기관도 있다. 대부분 토요일 하루 4-5시간 정도의 수업이지만, 이 시간만큼 귀중한 시간도 없을 것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엉성하게 발음하면서도 열심히 배울 수 있고 또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는데 서예를 배우거나, 고전무용을 배우기도 하며, 제기차기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글교육을 열심히 시킨 결과인지, 둘째 아이가 한국말을 곧잘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한글과 영어의 절묘한 혼합―듣기 좋은 말로 혼합이지, 완전 콩글리시―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아빠, don't 혼내 me!" 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웃기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당장 묻고 싶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한글을 계속 말하고 조금 더 잘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부모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한글교육의 이면을 한번 들여다보자.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인간 사고의 형성을 조정(control)한다. 페기 로전틀(Peggy Rosenthal)이라는 학자가 이런 주장을 했다.

"단어는 서로 다른 학문, 이데올로기, 그리고 사고의 전통들이 자신들만의 특별한 의미들, 가장 좋아하는 가치를 부여한 개념들을 쏟아 부어 담으려고 하는 용기(容器)처럼 행동을 한다. 이런 결과로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들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특별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이 학자의 이론이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들이 2세들에게 이토록 열심히 한글을 교육하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한글교육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에서 자라나는 2세들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 이데올로기, 전통이 가지고 있는 함축된 의미가 한인 2세들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글교육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가나다라'를 교육하는 한글교육이 아니라 신앙의 언어가 한글교육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부모세대의 신앙 정신이 전달되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지만 언어는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만드는 힘(formative power)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될 지 신앙공동체에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 찬양마을장로교회 담임 designtimesp=19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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