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를 잡아가는 공생원

터를 잡아가는 공생원

[ 믿음으로떠나는여행 ] 믿음으로떠나는여행(21)-목포 공생원의 발자취를 따라서③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5년 08월 09일(화) 00:00
   
공생원 앞에선 윤치호 전도사와 윤학자 여사.
함께 더불어 생활하는 집. 공생원은 윤치호 전도사의 꿈이자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에게는 그렇지 만은 않았다. 그의 사역에 놀라긴 했지만, 자신의 집 주위를 배회하는 거지들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생원은 이사를 가야만 했는데, 마땅한 대지를 구할 수 없었다. 언제나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신념으로 살아갔던 윤치호는 용기를 가지고 당시 목포의 대지주였던 정병조를 찾아가 힘이 되어달라고 호소를 했다.

뜻밖에 정병조는 바닷가 매립지인 용당동 3천평의 땅을 쾌히 내어주었다고 한다. 아마 매사에 최선을 다했던 그를 정병조가 익히 소문으로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지순례를 통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능히 역사하신다는 사실이다. 분명 주님은 살아 역사하셔서 공생원의 사역을 함께 하신 것이다.

한번은 공생원에 식량이 바닥난 적이 있다고 한다. 윤치호가 열심히 양식을 구하러 다녔지만 허사였다. 배고픔에 울부짖는 아이들에게 윤치호는 '배고프면 주기도문을 더 크게 외우라'고 말했지만, 그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있었다.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을 무렵, 밖에 한 청년이 리어카에 짐을 싣고 찾아왔다. 할아버지 탈상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는데, 음식이 많이 남아 가져왔다는 것이다.

"오늘날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주기도문은 현실이 된 것이다. 그 때부터 윤치호는 '열심히 기도하면 통한다.'라는 말을 즐겨 간증하곤 했다고 한다.

공생원 정원을 걷다보면, 교회와 사무실 사이에 탑 하나가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일명 '어머니의 탑'이라 불리는 이 기념비는 1970년 윤학자 여사의 업적을 기리어 경향신문사가 세워준 것이라 한다. 사실 이곳 공생원에서는 윤학자 여사의 헌신적인 삶이 더 빛날 때가 종종 있다. 윤학자, 그녀는 한국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다우치 치츠코라는 이름을 지닌 일본여성이었다. 1968년 그녀의 장례식은 목포시 전체가 함께 애도하는 목포장으로 치러졌다. 3만 명 이상의 조문객이 몰려들어 그녀의 죽음을 슬퍼했다. 일본인이었던 그녀는 지금도 목포의 자랑거리요, 존경의 대상이다.

어떻게 일본 여성이 목포 시민들의 존경의 인물이 되었을까? 그녀는 원래 일본 고치시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아버지가 조선총독부 공무원으로 자원하여 한국에 왔기 때문에, 후에 그녀의 어머니와 더불어 목포로 오게 되었다. 치츠코의 집안은 신실한 기독교 가정이었다. 치츠코는 그녀의 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목포에서 미션스쿨인 정명여학교의 음악교사가 되기도 한다.

그런 치츠코가 어떻게 윤학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이는 윤치호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당시 치츠코에게는 존경하는 다카오라는 선생님이 계셨다. 다카오 선생은 소녀 치츠코에게 크리스찬의 정신과 당시 일본의 잘못도 많이 가르쳐준 진정한 스승이었다. 이 다카오선생의 소개로 치츠코는 공생원 사역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윤치호와의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당시 일본인과 한국인과의 결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사랑의 힘으로 이 장벽을 넘어섰고, 주님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치츠코는 조선 사람의 아내가 된 후 입고 있던 기모노를 벗어버리고, 치마 저고리를 입고 조선의 여성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가난과 싸워야했지만, 그리스도께서 주신 이 아름다운 사명을 감당하며, 공생원을 섬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녀는 공생원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스스로 택한 조선 여성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해방이 된 후 사람들은 그녀가 일본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의 가족을 친일파로 매도했고, 그들은 모든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공생원 아이들을 살리기에도 버거웠던 삶에 세상은 온갖 편견으로 그들을 괴롭혔던 것이다.

박귀용 목사
<누가성지교육원 ㆍ안양교회 designtimesp=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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