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 소동

'웃.찾.사' 소동

[ 빛으로 생명으로 ] 빛으로생명으로 94 - 이정우목사의 십자가 정병키우기 3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5년 05월 17일(화) 00:00
얼마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훈련소에서 종교 참석률을 보면 거의 기독교 신자 예배 참석률은 항상 60퍼센트, 성당, 법당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각각 20퍼센트씩 약 40퍼센트가 출석한다. 이 비율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변하지 않던 패턴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이 불변의 패턴이 갑작스럽게 달라졌다. 갑자기 법당이 35퍼센트로 증가, 교회가 50퍼센트, 성당이 15퍼센트로 하락했다.

처음에는 경상도 병력이 많이 들어오는 시기에는 그럴 수 있다해서 다소 의심쩍기는 했지만 주시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약 한 달이 지나도 이 패턴은 멈출줄 몰랐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나중에 들려오는 이야기가 법당에서 요즘 시중에서 젊은이들에게 대단히 인기있는 코메디 프로 '웃찾사'를 녹화하여 훈련병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웃찾사' 때문에 교회 올 병력 약 2천여 명이 그 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의 수명이 며칠 단축되는 대 사건(?)이었다. 한 명이 얼마나 귀한가. 그런데 교회뿐 아니라 성당도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성당에 올 병력들이 그 곳으로 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성당은 우리보다 더 주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훈련병들이 시중의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물론 규정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리하여 신부, 법사를 모두 소집하여 만났다. 공격은 신부가 먼저했다. "종교 행사를 하는 이유는 장병들의 사생관 확립과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 행사 취지에 걸맞게 시간을 할애해야지 어떻게 '유희'쪽으로 관심을 갖고 코미디 프로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따졌다.

성당도 신자 숫자 때문에 어지간히 애가 닳은 모양이다. 대게는 서로 잘 통해서 교회를 공격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신부가 법사에게 '반칙'이라고 포문을 연 것이다. 이에 법사는 얼굴을 붉히면서 바로 교회 핑계를 들이댔다. "교회는 저녁에 민간인들이 와서 공연도 하는데 우리는 조용히 목탁만 두들길 수 없다. 그래서 법당 오는 훈련병들을 편히 쉬게 하려고 그랬다"는 것이다. 교회 이야기가 나오자 평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사람처럼 즉각 신부가 연합전선으로 공격의 화살을 교회로 가했다. "목사님은 저녁 공연 안하면 안되는가? 그것도 자매들이 많이 와서 유희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일단 오해를 시정해 주어야만 했다. "각 종교마다 특징들이 다 있다. 법당, 성당은 의식 위주다 보니 조용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찬양을 많이 한다. 그것도 밝다. 찬양 선교단이 들어와 찬양할 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온다고 생각하는 것 지금부터 접기를 바란다. 그들은 기도하며 오고 병사들에게 신앙으로 힘을 주기위해 사명감으로 온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신앙을 통해 힘을 주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성당은 외부에서 안오는가?" 물으니 그 쪽도 격주로 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섣불리 공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내친김에 참모로서 한 가지 더 제안했다. "우리 먹는 것 가지고 너무 과열 경쟁하지 말자. 성당은 피자빵 주간만 줄 수 없는가?" 물으니 신부는 그것만은 안된다고 버텼다. 실제로 야간에 성당에 가는 병력들은 그 피자빵 때문에 많이 가기 때문이다. "피자빵이 얼마인가?" 물으니 법사가 먼저 대답했다. "1200원" 이라고. "법당은 무엇을 주는가?" 물으니 초코파이 2개와 펩시콜라를 준다는 것이다. 교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필자는 참모로서 정리를 해주었다. 다음부터 순수 종교 행사 외에 액션물, 방송 녹화 등은 금지할 것과 취식물로 너무 과열적인 경쟁을 하지말자는 것, 먹는 것도 개인당 5백원 선을 절대 넘지 말자는 것 등.

법당의 '웃찾사' 때문에 서로 붉히기도 했지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은 훈련소에서 3개 종교 군종장교들간에 일어나는 한 단면이다.
<연무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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