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5월을 맞이하며

푸른 5월을 맞이하며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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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03일(화) 00:00
류경식 목사 / 거진중앙교회

산하가 푸르러 가는 5월을 맞이했다. 필자가 5월을 기다리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째는,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화마 때문이다. 예로부터 영동지방에는 곡우(절기) 바람이 유명하고 또 양간지풍이라고 하여 양양과 간성 사이에 자주 부는 돌풍이 불면 초속 30에서 40미터까지 달한다. 이 돌풍이 불똥을 수 백 미터 씩 옮겨가기 때문에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다. 그러다가 5월에 접어들면 이 바람이 멈추게 되고 산야가 푸르러 가며 화마 걱정을 덜고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산불이 어찌 바람 탓만이겠는가? 원초적으로 부주의 때문이다. 큰 산불의 재앙의 뒤에는 인재가 있다. 무심코 버린 끄지 않은 담배꽁초, 성묘객의 망자소지품 소각,무속인들이 산,계곡,굴속에 켜놓은 촛불,산 밑 농가의 쓰레기 태우기,그리고 논과 밭두렁 태우기 등이 발화원인이 되어,금년에도 또 영동지방에 큰 산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해했고 많은 이재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에 있다. 감사한 것은 총회 사회부로부터 여러 교회들 그리고 온 국민의 온정의 손길이 있어서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다. 이제 이 5월에는 화마가 아닌 성령강림절의 성령의 불이 전국교회마다 활활 타오르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하는 바이다.

5월을 기다리는 두번째 이유는 어린이날과 어린이주일이 있어서이다. 어린이는 가정의 꽃이요,교회의 꽃이요,국가의 꽃이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요 희망의 전부이다. 그러한 면에서 굳이 어린이 날이나 어린이 주일 만에 국한되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쫓기며 사는 우리들에게 이 날,그리고 이 주일이야말로 이들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들의 양육을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어서 감사하다. 뭐니 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교육에 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초는 가정교육인데,오늘 우리들의 가정은 가정교육이 없다. 한 집 안 식구가 함께 밥상에서 아버지의 기도로 식사하는 가정이 얼마나 있겠는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취침 전 기도를 할 수 있는 가정이 몇이나 되겠는가?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의 무거운 굴레로 가정경제는 한계에 도달했고,아이들도 지쳐간다. 게다가,국내도 모자라서 조기유학이다,해외연수는 유행처럼 만연하고,기러기 아빠의 고민들로 가정은 해체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하나님을 아는 것이 지혜와 지식의 근본이란 말씀대로 교회교육이 살아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고 3쯤 되면 중직자 가정의 자녀들도 교회출석이 뜸해진다. 참으로 잘못된 신앙의 한 단면이다. 언젠가,어디선가 이런 구호를 본 적이 있다. "맡기지 않은 것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것을 읽으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하나님께 맡기지 않고서야 어찌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겠는가? 사무엘은 하나님의 전에 맡겨져서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 예수님은 절기 후에 그를 찾는 부모에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였삽나이까"라고 했다. 이 5월,하나님께서 주신 하나님의 자녀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만나게 하자.

마지막으로 필자가 5월을 기다리는 것은 어버이날이 있어서이다. 우리사회에 수 백 년을 이어온 사회질서의 근간은 군사부일체라는 윤리였다. 그런데,이 근간이 뒤흔들리면서 국가적,사회적 문제가 만연하고 있고,가정의 축도 흔들리고 있다.

달포 전,필자가 속한 노회 내 한 교회에서 교육부 주관 노회원 세미나가 있었다. 강사는 존경받는 증경총회장으로 작년에 은퇴하신 분이었다. 그분이 섬기는 교회는 상 원로,원로,그리고 담임목사,이렇게 3대가 동거한다. 그리고 상 원로,원로 목사 두 분은 증경총회장이다. 금년 72세인 이 원로목사께서 하신 말씀이 너무 감동적이다. "나는 지금도 그 어른(상 원로) 앞에서는 영원한 부목사입니다." 이런 목회윤리가 있어서 그 교회는 지방도시에 반석같이 든든한 교회로, 지역사회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원로는,노인은,선배는,부모는, 그리고 연장자는 존경받아야 한다. 어른이 존경받고,공경받고,섬김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요,아래 사람들이,그리고 자녀들이 사랑받고 보호받는 것이 행복이 아닌가!

나라가 급격히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지방과 시골은 젊은이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필자가 수 년 간 노인대학을 운영해 오면서 방치되고,버려진 노인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른 것을 뼈져리게 느껴서,수년간 복지법인 설립과 노인전문요양원건립을 위해 교회적으로 애쓴 결과,이제 그 결실을 얻어가고 있다. 필자의 나이가 6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지금 가끔씩은 하늘나라에 가진지 오래되신 부모님 앞에 하소연하고 아뢰고 싶은 일이 많다. 우리는 누구나 어버이 앞에서는 영원히 어린 자녀일 뿐이다.

이 푸른 5월에 환란당한 가정위에 하나님의 은혜와 위로를,어린이들에게 축복을,그리고 어버이들에게 평강을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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