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의 질책

아름다운 사랑의 질책

[ 논설위원 칼럼 ]

안홍철 기자 hcahn@kidokongbo.com
2005년 04월 25일(월) 00:00
논설위원 칼럼
최무열 / 부산장신대 교수

도날드 부러쉬라는 학자는 그의 저서 '경건의 위기(The Crisis of Piety)'라는 책에서 "현대의 개신교가 점점 그 생명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핵심적인 이유로서 현대 개신교 신학교들이 경건한 사람들을 양성하기보다는 신학자들을 양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개인의 영적생활에 대해서는 침묵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신학교들은 교회와 목회자들로부터 신학교가 세속화되고 있다느니 또는 세상과 교회를 이끌고 나아갈 지도자 양성기관으로서의 신학교들이 그 핵심적 요소인 영성이 상실되었거나 고갈되어 있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대책 없이 내뱉는 이러한 비판은 그 효력을 발생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환영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비판이란 그것을 받는쪽에서는 강한 반발로 반응할 가능성이 농후할 뿐 아니라 나아가 그 집단의 사기를 저하시킴으로서 그 고유한 기능의 변질 또는 궁극적 사명을 마비시키는 사태로까지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지난 3월 13일 명성교회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특별새벽기도를 통하여 헌금한 20억원을 쾌척함으로서 각 교회뿐만 아니라 각 지역 신학대학교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에 더하여 명성교회는 비단 장로회신학대학교 뿐만 아니라 총회 산하 나머지 6개 신학대학교에도 일정액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함으로서 심각한 재정의 문제로 항상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지역 신학교들에게 오랜 겨울 가뭄 끝에 내리는 봄비 같은 훈훈함과 풋풋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서 필자는 오랜만에 대단히 행복한 기분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명성교회가 장로회신학대학교와 지역 신학대학교에 기여한 것은 결코 돈 몇 십 억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며 오늘날 재정문제 특히 장학금 문제로 인하여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교단 산하 신학대학교들에게 "아직까지 우리는 한국교회를 세우려는 당신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있으며 우리는 당신들에게 한국교회와 우리 교회의 미래를 걸고 있다"고 말로만 외치는 공허한 선언이 아니라 책임을 공유하고 참여하는 실질적, 실천적 선언이었던 것이다. 물론 명성교회의 교훈이 '신학교육이 살아야 한국교회가 산다'는 보편적인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건, 그리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신학교에 다시 한번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것만이 명성교회가 진정으로 의도하였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명성교회의 교훈을 단순히 신학대학교에 대한 통속적인 격려의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필자는 명성교회의 실천적 교훈이 한국교회와 신학교,그리고 오늘의 목회자들에게 "당신들이 우리 한국교회의 희망이요,보루이며 만약 당신들이 무너지면 한국교회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준엄하고도 책임성 있는 사랑의 질타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대해서도 "신학교육의 중요성을 무시하게 되면 한국교회의 미래도 없다"는 대단히 무섭고도 강력한 메가톤급의 호소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명성교회의 호소가 필자에게는 "당신들이 죽으면 한국교회가 죽는다는 명제를 가지고 신학대학교에,그리고 당신들에게 대한 교회의 관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곧 우리 모두의 공멸"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한국교회에 던진 가장 강도 높은,가장 정중한,그리고 가장 수준 높은 질책과 호소로서 이는 매서운 채찍보다 더 무섭고 날카로운 창날보다 더 예리하면서도 아름다운 거룩한 질타로 받아들여졌다.

중요한 것은 지역교회가 지역의 신학대학교를 책임져야 한다는 너무나 분명한 논리가 오늘날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 명성교회의 무서운 질책이 어느 특정한 신학대학이 아니라 각 지방마다 이어지기를 소원한다. 그래야 한국교회가 산다. 그래야 한국교회가 무너지지 않는다. 바라기는 총회산하 지역 신학대학교에도 이러한 무시무시(?)하면서도 따뜻한 훈계와 질책이 이어졌으면 한다. 솔직히 말해서 지역 교회와 지도자의 양성을 위하여 몸부림치는 한 지역 신학대학의 교수로서 명성교회의 따끔한 사랑의 질책이 너무나 부러웠다,아니 눈물나도록 부러웠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