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병으로~!

다시 해병으로~!

[ 빛으로 생명으로 ]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5년 03월 15일(화) 00:00

빛으로 생명으로<90>

2001년 7월 9일. 해병사단 근무를 마치고 진해의 해군신병훈련소 군종실장으로 부임하였다. 훈련병의 비릿한 땀 냄새를 다시 맡으러 가야한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 짐이니라!"는 말씀(딤전4:5)에 의지하여 선교의 가장 치열한 전투장으로 향했다.

진해에서 가장 큰 교회인 해군교육사령부교회에서는 매 주일마다 해군 훈련병 1천여 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합동세례식을 통해서 한 명이라도 더 세례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매 주일마다 훈련병들에게 간식으로 초코파이와 콜라를 나눠 주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간식을 나누어 주다가, 정산하지 못한 4백여 만 원의 부채가 있었다. 전임자가 남긴 것이다. 목사가 바뀌니까 대리점 사장이 긴장을 했는지 거의 매일 전화를 했다. 빨리 부채를 정리해달라는 것이었다.

기도를 하는 가운데 주님이 주시는 지혜로운 방법이 떠올랐다. 마산과 창원, 진해의 교회 여전도회에 편지를 띄웠다. 교회의 목사님에게 요청을 하면 당회를 거치는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도회는 임원진이 결심하면 곧 바로 실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교회의 형편과 훈련병선교의 절실함을 알리고 계속해서 훈련병들에게 초코파이와 콜라를 줄 수 있도록 협조의 편지를 올렸다. 정말이지 한 달 안에 부채를 갚지못하면 목사 체면이 구겨질 뿐 아니라 더 이상 초코파이의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5백여 통의 편지를 띄웠다. 일주일, 이주일이 지났다. 여러 곳에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해군교육사교회의 통장에는 정확하게도 갚아야 할 4백여 만원의 현금이 입금되어 있었다. 회계 집사인 000해군 대위 집사가 감사의 눈물을 글썽였다. 목사의 체면이 있어 집사 앞에서 가만 있었지만 정말 뛸듯이 기뻤다. 현금으로 사장에게 부채를 갚았다. 그리고 초코파이의 거래선을 바꾸었다. 사실 ㄱ 초코파이는 맛은 있는데 값이 비쌌다. ㄴ 초코파이는 ㄱ 초코파이 3개의 가격으로 4개를 살 수 있었다. 훈련병들은 3개의 ㄱ 초코파이보다 4개의 ㄴ 초코파이를 더 좋아했다. 그리고 돈 4백만원 때문에 매일 전화를 해서 독촉한 사장이 못내 섭섭했다.

불교와 천주교에서 간식의 통일을 요구해왔다. 종교 간에 간식 전쟁을 그만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합의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한 명이라도 더 교회에 오게 하는 것이 나를 군에 보낸 하나님의 뜻인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인터넷의 카페 운영이었다. 해군교육사교회의 이름으로 다음(Daum)에 카페를 개설하였다. 처음 몇 명의 훈련병 애인 자매들이 방문을 해서 글을 남기었다. 그 글을 그대로 인쇄해서 주일 날 예배시간에 읽어주고 그 애인의 훈련병들을 나오라고 했다. 인쇄된 글과 상으로 초코파이 한 상자(12개)를 주었다.

대단한 반응이었다. 훈련병들은 애인과 집에다가 카페를 방문해 글을 남기라고 했고, 그 다음 주부터는 수 십, 수 백 명이 카페에 글을 남기었다. 매일 몇 시간씩 글에 답을 달아주고 인쇄를 해서 훈련병들에게 주었다. 인쇄된 글을 받으려고 불교에 갔던 많은 훈련병들이 교회에 왔다.

주일날 예배드리는 모습, 3~4명의 훈련병들이 함께한 사진을 카페에 띄웠다. 그들의 애인이나 식구들이 보고 얼마나 좋아하든지! 어머니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그것으로 몇 달 동안은 성황을 이뤘다. 그러자 불교와 천주교에서 역시 카페를 개설하여 우리를 모방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즉석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고, 예쁜 여고생과 여대생 찬양단을 초청해 공연을 해 보기도 했다. 이유는 딱 하나. "한 영혼이라도 더 교회에 오게 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함이다.

지금도 나는 훈련병들에게 설교하는 것이 재미있고 적성에 꼭 맞는다. 훈련병들에게 설교를 하면 신이 난다. 난 해군, 해병 군목이 정말 좋다.

박동업 <해군 소령ㆍ해군중앙교회 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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