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위한 '촉각 성경 지도' 눈길

시각장애인 위한 '촉각 성경 지도' 눈길

'AL-미니스트리' 개발, 장소 위치 및 이동 경로 수록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24년 09월 04일(수) 18:29
성경의 지리와 인물의 이동 경로를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이해하도록 도움을 줄 지도가 나와 목회현장에서 요긴한 활용이 기대된다.

시각장애인선교회 AL-미니스트리(대표:정민교)가 '손으로 보는 AL 촉각 성경 지도'를 제작하고, 지난 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공개된 지도는 명칭 그대로 촉각(손끝으로)을 활용해 성경 속 장소 위치와 인물의 이동 루트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써 시각장애인이 상상으로만 떠올리던 장면을 현실감 넘치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AL-미니스트리 대표 정민교 목사(흰여울교회)는 "시각장애인이 성경의 장소나 지리가 궁금하면 누군가 손바닥에 그림을 그려주는 식으로 이해해왔기에 전용 '성경 지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시각장애인 목회자의 경우 이번 '촉각 성경 지도'의 활용 범위와 기대치가 더욱 클 것이다. 성경의 이해를 높이면서 이를 성도에게 보다 상세히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후 지도에 대한 해설서를 만들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시연회에서 직접 시범을 보인 시각장애인 박성수 장로(AL-미니스트리 부대표)는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꾸준히 접하면 손에 익을 수준의 지도다. 사용해보니 개인적으로는 바울의 선교여정에 감동을 받았다. 행적을 촉각으로 살피면서 먼 거리를 걸어다니며 믿음을 심어준 것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손으로 보는 촉각 성경 지도'는 구약 26장, 신약 9장 부분으로 제작됐다. A3 특수 용지 규격의 UV로 제작해 지워지거나 물이 묻어도 점자가 퇴색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우측(하측) 쪽에는 지도, 좌측(상측) 쪽에는 해당 지도에 대한 범례를 나타내고 있어서 쪽을 바꾸지 않고도 해당 지도와 범례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편의상 지도의 제목과 쪽수는 범례를 표시한 좌측(상측) 쪽에 적었고, 다만 쪽수의 경우 지도의 가로·세로에 상관 없이 지도가 제본된 상태에서 좌측쪽의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그리고 짧은 지명, 바다, 섬 등은 지도에 직접 점자로 표기하고, 지도 공간이 협소하거나 점 형태로 표시된 지명 등은 범례로 처리했다.

특별히 시각장애인과 정안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와 범례 모두 점자와 묵자를 동시에 인쇄했다.

또한 저시력 사용자를 위해 PDF 파일로 된 e-book 형태의 성서 지도도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출간 감사예배에서 설교한 김기화 목사는 시각장애인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일화를 소개하며 '촉각 성경 지도' 활용의 기대감을 전했다.

김 목사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일전에 성지순례를 하며 귀로만 듣던 성경 속 지리를 직접 체험하니 은혜가 더했지만, 그때 아쉬운 것은 가이드가 지도를 꺼내 설명하는데 볼 수 없어서 상상력을 발휘했다"며 "상상력은 한계가 있는데, '촉각 성경 지도'가 이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촉각 성경 지도' 제작을 추진한 AL-미니스트리(Abounding Love ministry)는 시각장애인 선교회로,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리스도인으로'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5만 시각장애인의 복음화와 시각장애가 있는 다음세대, 장년, 목회자를 섬기는 사역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에 'AL-소리도서관'을 열어 기독교 서적을 데이지(DAISY·점자로 읽거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전자도서)로 보급하는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꾸준한 사역을 펼쳐왔다.

신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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