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하는 자세로 희생하는 지도자 기대해"

"수도하는 자세로 희생하는 지도자 기대해"

[ 시론 ]

노영상 총장
2024년 09월 02일(월) 00:45
목사로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배워왔다. 조금 잘못하면 편향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음 돌아가는 것이 너무 염려스러워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예언자이며 왕이시고 제사장으로 칭송한다. 그는 말씀이 육신이 되신 분으로 메시지와 매체 사이의 간극을 없이 하신 분이다. 그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셨지만 메시지 자체가 되심으로 말씀을 완벽히 전달하신 참 예언자가 되셨다. 아울러 그리스도께서는 참된 왕으로서의 모범을 우리에게 펼쳐 보이셨다. 참된 왕은 백성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되며 백성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함을 가르치셨다. 그는 백성을 명령하기 앞서 스스로를 하나님께 복속시키심으로써 참된 통치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참다운 제사장이 되시기도 했다. 그분 스스로 제사장이면서도 제단의 희생제물이 되시므로 온전한 구속의 길을 우리에게 열어주신 것이다.

특히 신약성경 중의 마가복음은 이런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삼중직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마가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되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우리에게 증명하는 책이다. 그분은 비록 말구유에서 태어나시고 집도 한 칸 없이 떠돌아 다니셨던 가난한 분이셨으며, 최종적으론 십자가에서 연약한 모습으로 돌아가셨지만, 바로 그러한 누추함과 연약함이 그를 참 하나님으로 고백하게 한다. 세상은 힘 있고 화려한 자를 고귀한 자로 그리고 왕으로 칭송하지만, 성경은 그 반대의 모습에서 거룩한 통치자의 영광을 보고 있다.

마가복음은 그런 연약함에 계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하나님의 아들이 되셨는가를 입증하는 책이다. 마가복음엔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나타나는데, 하나는 왕이신 하나님의 아들이란 개념이며 다른 하나는 인자라는 개념이다. 이에 있어 마가는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그의 사람의 아들로서의 고난과 십자가에 죽으심을 통해 설명한다. 그는 힘을 나타내 보이심으로 하나님의 아들이 되셨던 것이 아니며, 힘없는 모습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을 통해 그가 참 하나님이시면서 참 왕이셨음을 우리에게 드러내신 것이다.

오늘 우리 정치 지도자들에게 부족한 점은 힘을 주지 않는 연약함과 희생의 모습으로, 그것은 종교 지도자들의 덕목으로도 중요하다. 적어도 올바른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민족 앞에 자기의 목숨을 드리는 일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희생 없이 그가 참 지도자임을 입증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태도로서는 민족과 나라를 이끌 수 없다. 일국의 지도자는 그 지위를 가지고 재산을 쌓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의 모든 재산을 팔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는 자가 먼저 되어야 한다. 고위직의 책임이 끝나면 갈 집도 없이 모든 것을 국가를 위해 쏟아부은 지도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사는 일이란 목숨을 내놓는 일로 정치를 함에 있어 민족의 제단 위에 자신의 피를 뿌릴 수 있는 자들이 우리의 지도자로 서야 한다. 별것도 아닌 돈을 벌기 위해 명예를 팔아먹고 목숨이 아까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그런 졸장부들은 민족의 선봉에 서선 안 된다.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일도 어떤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는 더 험한 일이며 생명을 걸 일도 적지 않음을 깨닫고, 우리는 하루하루 각오 속에서 공직에 임해야 한다.

민족을 위해 한 몸 바치기를 각오하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백성을 위해 기력이 쇠진되도록 일하다 책임이 끝나면 목숨을 다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되어야겠다. 백성을 돌보는 일은 마다하고 사리사욕에 앞장서고 민족과 교회의 역사적 존엄성과 자긍심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은 그 일에 맞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배운 것이 돈뿐이라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라 생각하는 자들에겐 공공적 책무를 맡겨선 안 되는 것이다.

나라의 안위를 볼모로 하여 자기의 권력을 지키려 한다면, 우리 백성들은 결코 그런 행위를 용납치 않을 것이다. 이에 여든 야든 모든 정치인들은 이런 성경의 충고를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다. 목숨을 바쳐서 정치할 것인가, 아니면 내 한 몸의 영달을 위해 정치할 것인가를 솔직히 살핀 다음 통치자의 관을 써야 한다. 우리가 쓰려고 하는 그 관은 가시관으로 자신 앞에 십자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정치인을 분명 다음 대통령으로 올려놓는 일이 중요하다. 정쟁이나 일삼는 옹졸하고 부패한 삶이 아니라 성직자로서의 수도적 자세를 갖고 매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진하며, 오직 민족을 자기의 심장같이 생각하는 그런 정치 지도자, 종교 지도자들이 들에 불같이 일어나는 그런 나라를 보고 싶다.



노영상 목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