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행운', 에리카

'고독'과 '행운', 에리카

[ 보태니컬아트 ]

제니 리
2024년 09월 06일(금) 11:27
에리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 정원에서 잘 자라는 아름다운 핀보스(Fynbos) 식물입니다. 에리카는 800여 종이 있으며 대부분 남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으로 케이프 히스(Cape heaths)라고도 불립니다.

필자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갈 때면 커스텐보쉬 국립식물원을 여러 차례 방문합니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야생 식물원으로 며칠을 돌아다녀도 식물원에 있는 식물을 모두 보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식물원을 방문할 때면 에리카를 꼭 찾아보는데, 지금까지 필자가 식물원에서 찾아낸 에리카 종류는 약 20여 종이 됩니다. 종류는 많지만 남아공에 방문하는 시기가 꽃이 피는 시기와 대부분 맞지 않아 많은 종류를 찾지 못했습니다. 드넓은 식물원에서 작은 꽃을 지닌 에리카를 찾는 것은 보물 찾기와도 같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에리카를 발견할 때면 보석을 찾은 것처럼 크게 기뻐하며 사진을 최대한 많이 찍고 관찰합니다.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이번 작품은 에리카 종류 중 하나로 필자가 처음으로 식물원에서 발견한 '에리카 바우에리(Erica baueri subsp.)'입니다. 에리카 바우에리는 남아프리카 에리카 중 가장 인기 있고 널리 재배되는 종 중 하나입니다. 특히 부풀린 긴 튜브의 곡선 꽃 모양은 매우 인공적으로 보일 정도로 특별한 형태를 가졌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른 아프리카 나라와는 달리 땅이 비옥합니다. 그리고 에리카와 같이 신비하고 다양한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또 재배됩니다. 어릴 적부터 식물과 그림을 좋아했던 필자에게는 남아공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 지금의 보태니컬 아트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부모님의 선교 사역으로 인해 1995년 아프리카로 떠나, 세 자매가 각자 남아공 현지 기숙사에서 중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다른 문화와 언어 그리고 갑자기 가족이 떨어져 사는 아프리카 생활은 매일 슬픔과 외로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방학에만 만날 수 있었던 부모님은 당시에 전화 통화도 힘들었기에 저의 대화 상대는 하나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과의 대화는 대부분 원망이 많았지만 하나님은 늘 그런 저를 품어 주셨고 위로가 되어 주셨습니다. 습관처럼 하루 종일 하나님과 나누던 대화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리카의 일반적인 꽃말은 '고독'입니다. 그리고 분홍색의 에리카 꽃말은 '행운'이라고 합니다. 색상만 바뀌었을 뿐인데, 고독에서 행운으로 바뀌었습니다. 만약 제 삶이 일반인들과 같았다면 저는 늘 외롭고 원망으로 가득 찬 생활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에리카가 분홍색이 되어 꽃말이 바뀌었듯 필자 삶 또한 하나님의 색으로 가득 차, 어느덧 제 인생은 감사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요즘같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다양한 인간관계로 인한 피로감과 개인주의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고독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색상으로 변화되어 고독에서 감사로 삶이 바뀌고 행복이 가득하며 행운을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제니 리 / 세상의소금염산교회, IKBA보태니컬아트 교육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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