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분명한 '변화'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

[ 기자수첩 ]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08월 26일(월) 08:27
여성 안수 허락 30주년을 맞은 올해, 교단 곳곳에서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러나 목회현장에서는 "실질적 평등이 이뤄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20일 열린 109회 총회 여성총대간담회, 전국에서 모인 여성 목사와 장로들은 각자 교회와 노회에서 경험한 현실적 한계들을 털어놓았다. 그들이 호소하는 내용은 하나같이 동일했다. "한국교회 성도로서, 우리가 사랑하는 교회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얻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의 대화는 두 시간이 넘도록 쉼 없이 이어졌다. 각자 지교회를 열심히 섬기며 여성 장로가 된 과정, 노회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역량을 피력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총대로서 지지받지 못하며 느낀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동안 잘 해냈다. 109회 총회에서 더욱 잘해보자"며 서로를 격려하고,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많은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들로서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의 대화는 단순한 감정 공유나 하소연에 그치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각자 연구하고 조사한 내용들을 공유했다. "여성 스스로가 성도들 앞에 나서는 것을 마다하지 말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간담회는 그 어느 행사보다 여성 총대 증원을 위한 전국노회의 노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제도적 방안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노회의 총대들이 "타 노회에 먼저 도입된 좋은 제도를 알려달라" 요청하자, 노회에서 격려와 응원으로 파송된 총대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잡고 소속 노회의 노력을 증언했다. 아주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기자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국교회의 하락세를 극복할 방안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공론장에서 비슷한 논의가 반복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교회가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놓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의 목소리가 총회의 정책과 노회의 제도 마련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그러나 한편, 분명히 변화하고 있음이 체감되는 현장이었다.

여성 안수 허락 30주년, 여전히 '한쪽 구석'에서 들려오는 이들의 외침에 한국교회는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제109회 총회가 진정한 의미의 '성총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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