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 살아있어요. 당신도 사느라 수고했어요"

"여기, 저 살아있어요. 당신도 사느라 수고했어요"

[ 인터뷰 ] '극한의 통증' CRPS 투병기 출간한 김소민 작가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08월 19일(월) 07:05
'여기, 저 살아있어요(김소민/소북소북)'
통증 완화를 위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소민 작가.
스물여덟, 미래를 준비하던 꿈 많은 청년에게 어느 날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발끝의 상처에서 시작된 신경통은 다리와 전신으로 전이됐고, 모든 일상이 멈췄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통증이 24시간 내내 지속되는 신경계통 희귀난치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던 삶에 CRPS가 찾아온 지 7년째, 그동안의 투병기와 신앙일기를 담아 '여기, 저 살아있어요(김소민/소북소북)'를 펴낸 김소민 작가의 이야기다.

김소민 작가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가 경험한 기적을 알리고 싶었다. CRPS 환자인 내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기적"이라며 출간 의도를 밝혔다.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이 없는 환우들이 이 책을 읽고 하루 더 버티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책을 썼어요. 희귀난치병을 앓으면서 가장 힘든 건 고독함과 싸우는 일이거든요. 같은 고통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위로가 돼요.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보행을 돕는 '엘보 클러치'를 짚고 있는 김소민 작가.
의료진을 신뢰하는 '성실한 환자'였던 김 작가는 투병 초기부터 통증 추이와 치료 과정을 상세히 담은 일지를 썼다.

CRPS는 '인체의 신경 신호 시스템이 고장난 상태'로, 불상의 이유로 발생해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마약성 진통제인 몰핀 주사를 맞으며 부작용을 견디고,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며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는 케타민 치료를 2년간 받으며 증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기록했다.

2020년, 전기신호로 통증을 조절하는 척수자극기를 몸에 넣고 증상이 조금 나아져 재활치료를 시작했고 온라인 플랫폼 '브런치'에 그동안의 기록을 기고했다. 같은 병을 겪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담당 의사는 이러한 증상 완화가 매우 희귀한 경우라며 이를 의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펴내길 권했지만 김 작가는 "투병생활 중에 신앙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다"며 신앙고백을 함께 담은 투병기를 출간했다.

스치는 바람에도 살을 찢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기절한 채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수십 번,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을 말한다는 김 작가는 "내가 원하는 건 뭐든 해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생각이 투병생활 중에 깨졌다"며 "하나님은 병을 저절로 낫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고통 중에도 동행하시는 분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나님께 원망 이상의 두려움을 느꼈죠.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셨나 질문하고 '차라리 나를 잊어달라' 기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하나님 품 안에 있음을 느끼는 경험을 했어요."

CRPS 재활치료의 목적은 완치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영위'다. 김소민 작가는 지금도 '지속통'을 24시간 느끼고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극한의 통증인 '돌발통'의 빈도가 줄었을 뿐이다.

그런 김 작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 내일을 꿈꾸는 기적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프기 전에는 제 자신을 너무 사랑했어요. 나의 단점에 대해서도 '이건 하나님이 만들어주셨는걸!'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 깨닫는 건, 내 자신을 부인해야 예수님 마음을 닮을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그 말씀대로 살려고 고군분투하고 인간의 나약함을 매일 느끼면서, 예수님의 시선과 생각을 알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김소민 작가는 '오늘 하루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여기, 저 지금 살아있어요. 당신도 버티느라 수고했어요. 희망을 절대 놓지 마세요."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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