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빙·환’ 열풍…청년들은 불안하다

‘회·빙·환’ 열풍…청년들은 불안하다

회귀·환생·빙의 작품 인기…"영적·사회적 양육 함께 이뤄져야"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8월 07일(수) 08:21
인기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의 실시간 인기 순위. 7월 22일 0시 기준 상위 12개 작품 중 9개가 회귀·빙의·환생 관련 작품이다.
'회귀·빙의·환생' 작품이 웹툰·웹소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웹툰·웹소설의 주 소비층인 10~30대 젊은 세대의 불안을 반영한다.
"보통 주인공들은 억울하게 죽었거나 흙수저로 태어나 힘들게 살다 죽은 인물들이거든요. 그런 주인공들이 새롭게 삶의 기회를 얻어 성공하고, 자기 를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그런 서사가 통쾌해요. 사는 건 참 답답할 때가 많으니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28살 청년 직장인 A씨의 취미는 웹툰·웹소설 보기다. 출퇴근길에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웹툰을 보고, 주말이면 침대에 누워 웹소설을 찾아본다. 장르는 딱히 가리지 않는다. 재미있기만 하면 된다. 그런 A씨가 최근 가장 많이 보는 건 '회·빙·환' 작품들이다.

회빙환은 '회귀·빙의·환생'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웹툰·웹소설 독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주인공이 죽음 이후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바꾼다거나, 결말을 알고 있는 판타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된다거나, 평소 동경하던 능력을 갖춘 인물로 태어나는 등의 내용들이다. 지난 2022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대표적인 회빙환 작품으로, 이 또한 웹소설 원작이다. "미래를 다 알고 있는 주인공이 복수하고 성공하는 '사이다 전개'가 매력"이라는 A씨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고 말한다.

회빙환 작품들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네이버 웹툰,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 등 주요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인기 순위 상위 10위 안에서 회빙환 작품 4~5개 이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회빙환이 일종의 '흥행 코드'인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웹툰·웹소설 시장은 10~30대 젊은 세대가 주 소비층이라는 것이다. 그 규모도 작지 않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불과 100억 원 정도였던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2022년 1조 390억 원까지 성장했으며, 웹툰 시장의 규모도 1조 8290억 원에 달한다. 같은 해 국내 출판 사업체 전체 매출액이 4조 5000억 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젊은 층의 인기에 힘입어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웹툰·웹소설, 그리고 현재 그 인기의 중심에 바로 회빙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흥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불안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박욱주 교수(연세대 기독교문화연구소)는 "청년들이 그만큼 현재 사회와 자신 상황을 암울하게 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취업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여러 요인들이 청년들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다. 노력은 하고 있는데 결과는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청년들이 많다. 불안한 청년들의 마음에 회빙환 작품들이 대리 만족과 위로를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자의 졸업 소요기간과 대학 졸업 후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각각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청년들의 사회진입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회빙환 작품들이 단순한 대리만족을 넘어 청년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기회를 얻기 위해 한 번 죽는 것을 쉽게 여기는 생명 경시적인 뉘앙스를 가진 작품들도 많고, 올바른 가치보다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젊은 세대의 욕망을 부추기는 점이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도 회빙환 작품들이 주는 메시지나 그 배경에 깔린 사상들이 기독교적 가치와 반대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교회가 청년들의 불안을 이해하고 영적 양육뿐만 아니라 사회적 양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교회가 청년들의 불안을 신앙의 부족함으로 보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 이들의 불안을 이해하고 포용해줘야 한다"며 "묵상과 기도 등 영적 양육도 중요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역량을 길러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자신의 인생을 세워갈지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교회 안에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통해 신앙 안에서 청년들의 진로와 소명에 대한 다방면의 교육이 이뤄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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