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에 반대한 교회여성

신사참배에 반대한 교회여성

[ 선교여성과교회 ] 경남지역 여전도회 18

탁지일 교수
2024년 08월 15일(목) 09:55
일제강점기 하 전시체제에서 경남노회와 소속 지도자들이 강압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전시협력 활동을 하는 동안, 경남부인전도회의 활동도 주춤해졌다. 하지만 부산진일신여학교 삼일운동으로 시작된 부산지역 교회여성들의 항일민족운동은 면면히 이어졌다. 경상도지역은 서울경기지역과 평안도 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다.

신사불참배에 경남부인전도회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1940년 3월 5일 부산 항서교회에서 열린 경남부인전도회에서는 회장 최덕지를 비롯한 임원 전원이 신사불참배를 결의한 여성들이 선임되었다. 최덕지는 임원 선출 전에 회원들을 만나,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 이들 중에서 임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설득했던 결과였다. 이로 인해 투옥되는 등의 고난을 겪었다.

경남부인전도회의 신사불참배 노력은 전국연합회에 큰 도전을 준다. 전국연합회는 회원들의 신사참배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아래의 내용은 전국연합회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남노회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약한 것을 본능처럼 새겨온 여성들이 오히려 다니엘의 뒤를 따를 수가 있어서 정부의 압력과 남자총회의 조종을 무시한 채 담대히 홀로 진리를 사수하려 했던 것이다. 신앙도 그들을 더욱 지혜롭게 했다. 생각을 저울질한 임원들은 일본의 세력이 정의의 하나님 앞에서 오래 가지 못할 터이니 금년은 전체 총회를 갖지 않도록 하고 실행위원회만 모여 사업을 계속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29회 장로회 총회가 9월 6일부터 평양에서 개최되었으나 전례대로 그곳을 여전도회 임원회 장소로 하지 않고 서울 안동교회에서 실행위원들만 모여 회의를 하였는데…(주선애, 장로교여성사)"

1940년 9월 6~13일 동안 평양에서 개최된 제29회 총회의 여전도회연합대회 보고를 통해, 실행위원회 대표 김선경은 총회 대신 임원회를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비싼 숙박료, 식대, 교통비, 전도비 등의 부족을 총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로 보고했다. 이처럼 경남부인전도회의 신사불참배 노력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이는 해방을 맞을 때까지 시련을 인내할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교회여성들에게 제공했다.



# 고난 받는 교회여성

한국근현대사 교회사는 침략과 전쟁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복음이 전래되던 시기는 구한말 세계열강들이 각축을 벌이던 때이며, 복음이 뿌리내리고 신앙이 형성된 시기는 일제가 조선반도를 강제적으로 침탈했던 때이며, 복음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시기도 한국전쟁을 통해서였다. 스데반을 죽음을 통해 교회와 복음이 세상 곳곳으로 퍼졌던 것처럼, 한국근현대사의 고난은 기독교가 전래되고, 정착되고, 확산되었던 시기들과 일치하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민족과 함께하신 주님의 섭리가 놀랍기만 하다.

1907년, 조선의 왕이 물러나고, 군대가 해산되고, 일제의 침략야욕이 노골화될 때, 조선의 대부흥운동이 시작되었으며, 교회가 전국적으로 성장했고, 독노회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1912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었을 때, 이미 교회는 전국을 아우르는 총회를 설립하고, 조직을 체계화하는 한편, 선교 받은 교회에서 선교하는 교회로 전환되었다. 이로 인해 조선교회는 일제강점기 36년을 견딜 수 있는 영적 힘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교회의 전국화와 체계화를 통해, 영남지역에는 경남노회, 경북노회, 경안노회가 그 교권을 형성했으나, 교권의 친일협력체제로의 전환은, 일제강점기하 신앙인들의 고난과 해방 후 조선교회의 분열을 초래한다.

1941년 여전도연합대회가 개최되었으나, 일제는 개회 전에 국민의례를 하고 회기 중에 신사참배를 할 것을 강요했다. 이에 실행위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연합대회를 못하더라도 신앙을 배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고 회의를 중단하기로 한다. 이때 증경회장 한명신이 다음과 같이 통곡의 기도를 하나님께 올려드린다.

"공의로우신 하나님 아버지시여! 우리에게 범죄와 불신앙을 강요하는 저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시사 저들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비록 교권은 신사참배를 결의했으나, 경남부인전도회는 전국의 교회여성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신사불참배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시체제하 일제의 탄압으로부터 교회여성들의 시련은 불가피한 것이었으며, 경남지역교회여성들의 형편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탁지일 교수 / 부산노회여전도회연합회 1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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