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종교개혁사 연구…여성 활약 재조명

남성 중심 종교개혁사 연구…여성 활약 재조명

박경수 교수, 여성 종교개혁가 '올림피아 풀비아 모라타' 소개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7월 29일(월) 18:44
지난 7월 22일 백석대에서 열린 한국칼빈학회 제3차 정례발표회에서 박경수 교수(장신대)는 여성 종교개혁자 올림피아 풀비아 모라타를 소개했다.
올림피아 풀비아 모라타(1526~1555).
여성이 남성을 가르치는 것이 금지되는 등 여성인권이 약했던 종교개혁 당시, 인문주의자이자 신학자로, 또 종교개혁자로 활약한 여성이 한 학회에서 소개되어 눈길을 모았다.

한국칼빈학회(회장:장훈태)는 지난 7월 22일 백석대학교에서 제3차 정례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한 박경수 교수는 종교개혁 시기 활동했던 여성학자 올림피아 풀비아 모라타(Olympia Fulvia Morata, 1526~1555)를 소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출생한 올림피아는 14살 때 키케로의 '스토아주의 역설(Paradoxa Stoicorum)'에 관해 라틴어로 강연할 정도로 고전 문학에 능통한 여성 인문주의 학자였다. 그러나 그녀가 20대로 접어들 무렵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적·심리적·영적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그녀를 지지해주는 남편을 만나 종교개혁의 중심지였던 독일로 이주하면서, 그녀의 삶과 사상의 중심축이 고전학자에서 성경학자로, 인문주의자에서 종교개혁자로 옮겨지게 된다.

그녀는 프로테스탄트 신학자로서 여러 굵직한 족적을 남겼는데, 가장 큰 특징은 특정 교파의 교리에 얽매이지 않은 신학을 전개했다는 점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올림피아는 개혁파와 루터파의 인물들과 고루 교류했으며,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성찬론이나 예정론에 대해서도 한쪽의 주장을 편들지 않았다. 그녀는 철학적·사변적 논쟁이 아닌 '그리스도의 영광과 교회의 유익'에 우선순위를 두고 해당 문제들에 접근했다. 박 교수는 "올림피아는 신학적 논쟁에서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 즉 복음의 우선성을 강조했다"며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성경의 가르침, 즉 복음이었지 교파적 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는 편지를 통해 한 남성 독일인 설교자의 방종한 생활을 책망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젊은 여성이 나이 많은 남성 설교자를 견책하는 것은 당시에 매우 파격적인 일로, 교사로서 그녀의 권위가 어떠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교수는 "올림피아는 당대 최고의 고전학자이자 인문주의자였던 동시에 성경 연구에 매진한 성경학자, 삶의 고난 속에서 경건의 깊이와 높이와 넓이를 키운 프로테스탄트 개혁자였다"며 그녀를 '성경적 인문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교수는 "그동안 종교개혁사 연구는 남성 종교개혁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묻힌 종교개혁 당시 여성들에 대한 연구는 종교개혁사 연구의 균형을 되찾는 일"이라며 여성 종교개혁가들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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