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과 클라라

슈만과 클라라

[ 임에스더의클레식세이 ]

임에스더
2024년 06월 25일(화) 11:02
슈만과 클라라.
음악사에서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사랑 이야기가 있어요. 클래식의 역사에서 사랑 이야기가 나올 때면 늘 등장하는 두 사람,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입니다.

클라라는 슈만의 피아노 스승이었던 비크 선생님의 딸이었고, 미래가 기대되는 아주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어요. 어느 날, 오랜 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클라라를 본 슈만은 그녀에게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운명적으로 끌리게 됩니다.

클라라 또한 9살이나 위였던 슈만을 존경하고 흠모하게 되지요.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비크 선생은 둘의 교제를 반대해요. 재능 있고 소중한 딸을 무능력해 보였던 슈만에게 보낼 수 없었죠. 그 당시 슈만은 무명의 피아니스트였고 미래가 불투명한 음악가였으니까요. 또한 잘못된 연습방법으로 엄지손가락에 마비증세가 오면서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가 없게 되었죠.

고통과 실의에 빠진 슈만에게 클라라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그녀는 끊임없이 슈만에게 용기를 주며 작곡에 전념할 것을 권유하게 돼요.

클라라 아버지의 반대 속에서도 둘의 사랑은 계속되었고 슈만과 클라라는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법정까지 가게 돼요. 그리고 마침내 3년이란 긴 투쟁 끝에 결혼 허가를 받아 냈죠. 그들이 결혼식을 올린 1840년에 슈만은 무려 100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했고, 그때를 '슈만의 가곡의 해'라 부르게 되었죠.

사람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두고 당대 최고 재능의 결합이라 했어요. 슈만은 작곡을 하고 클라라는 그의 곡을 연주했고, 그들은 아주 완벽해 보였어요.

클라라는 슈만과 결혼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긴 세월이었다. 지금 새롭게 아름다운 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이 나를 누른다."

클라라의 삶은 안타깝게도 결혼 이후로도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행복한 날들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죠. 슈만에게는 유전적인 정신질환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두려움에 떨며 훗날 자살을 시도하게 돼요. 자살 시도 실패 후 정신병원에 입원한 슈만은 2년 뒤 클라라와 자녀들을 남겨두고 46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지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아요. 클라라는 미망인이 된 후로 슈만의 곡만을 연주하는 연주여행을 다니며 항상 검은 예복만을 입었고, 영원히 슈만의 뮤즈가 되겠노라 결심했어요. 슈만과 클라라의 작품들은 낭만시대를 대표하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듣고 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문득 돌아보면 우리가, 어떻게 15년이나 산 것일까? 싶기도 하지요.

이 정도 세월을 같이 보내고 나니 이제 조금 남편을 이해할 수도, 이제 조금 남편에게 고마워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항상은 아니고 가끔이지만요. 사랑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성장하는 것임을 알아갑니다.

슈만과 클라라의 가장 좋았던 시절, 독일의 시인 뤼케르트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여 클라라를 위해 만든 가곡 <헌정>을 들어보세요. 슈만이 결혼식 전날 밤 클라라에게 선물한 프로포즈 곡이기도 하죠.



"그대야말로 나의 영혼이요, 나의 마음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즐거움, 나의 괴로움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삶을 영위하는 세계여

그대야말로 내가 비상하는 하늘이여...."



# 유투브에서 연주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슈만, 헌정> 이라고 검색해보세요.

# 가사가 있는 가곡으로 들어보시고 더불어 프란츠 리스트가 편곡한 피아노곡으로도 들어보세요.

# <프란츠 리스트,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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