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특별한 공간이 된 교회

어르신들의 특별한 공간이 된 교회

[ 힐링이필요해 ] 노인 돌봄

강순심 목사
2024년 06월 27일(목) 14:22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전에 모이기 힘쓰는 성도들이 있다. 이들은 한마음으로 외친다. "하나님 말씀 대로 살기 위해 어렵고 힘들어도 참고 주! 전! 사! 열!" 얼핏 들으면 청년부나 3040세대의 표어다. 그러나 이는 부천 참된교회 청춘대학의 2024년 표어다. 고령의 성도들이 표어를 외치며 인내하는 삶을 다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참 힘들었는데, 인내하는 삶을 살아야 하느냐고. 그러나 청춘대학에 모인 성도들은 주님의 나라에 가는 그날까지 인내하는 삶으로 묵묵히 나아가야 주님께서 준비하신 나라에 들어간다고 믿는다.

부천노회 참된교회(장창진 목사 시무) 시니어부는 당회원들과 성도들의 배려로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수요일에 드리는 '수요어르신예배', 주일에 드리는 '시니어오후예배', 그리고 목요일마다 모이는 '청춘대학'에 많은 어르신들이 모인다. 이중에는 비기독교인 어르신들도 많다.

# 비기독교인 노인들이 소문 듣고 예배에 모여

특히 수요어르신예배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로 구성된다. 어르신들은 서로서로 연락하며 지하철을 타고 온다. 어르신들은 교회에서 관심과 배려, 돌봄과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랑하고 권유하며 다시 모인다.

어르신예배는 치매체조로 시작한다. 많은 어르신들이 체조 후 예배로 은혜 받고 다시 체조로 마무리한다. 떡과 음료를 받아가면서도 참 행복해하신다. 한 달에 한 번은 특별한 행사가 있다. 여전도회연합회 자원봉사자들이 특별히 준비한 음식과 반찬을 나누어 드린다. 주님을 믿지 않는 분들을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으로 섬기면서 돌봄으로 나아간다.

섬김이 계속되면서 특별한 일들이 벌어진다. 주님을 믿지 않는 어르신들이 예배 준비를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의자 세팅을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한다. 오전 6시에 오셔서 예배준비를 마친 한 어르신이 소녀처럼 빙그레 웃으시고 말씀하신다. "너무너무 행복해요. 이건 내가 할 일이니까 목사님은 손대면 안 돼요." 그리고 재빨리 나가셨다.

예배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예수님을 믿지 않던 분들이 예배에 푹 빠지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어르신은 두 번 나오시고 빠지시길래 이제 못 오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오셔서 그동안 많이 아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수줍은 모습으로 고백하셨다. "난 수요예배에 푹 빠졌습니다. 예배에 나오지 않으니까 몸이 쑤셔서, 다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나왔습니다." 어르신은 하얀 이를 보이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행복한 어르신들 덕분에 예배가 밝아지고 있다. 어르신들이 멋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엔 집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오시던 어르신들이 밝은 옷을 차려 입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모습으로 단장하신다. 덕분에 예배가 더 활기찬 모습이다. 어르신들의 예배가 젊어지고 있다.

#시니어만을 위한 주일오후예배 드리며 섬김

참된교회는 주일 오후 예배를 시니어와 성인, 구별해 드린다. 시니어를 위해 별도로 식사와 차량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일 낮 12시 5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체조와 예배, 특별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어르신들은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서예, 그리기, 성경읽기, 성경공부 등 어르신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학생들처럼 재미있게 참여한다. 특별한 날엔 참된교회 성도들이 하모니카와 색소폰을 연주하고, 유치부의 공연과 찬양으로 섬긴다. 이런 시간을 통해 교회 안에서 어르신들은 늘 행복해한다.

서예 시간, 멋진 글을 써내려가기 위해 어르신들이 준비한다. '나를 봐주세요, 이렇게 멋있는 글씨로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어르신들은 열심히 먹을 갈고 흰 종이에 한 자 한 자 써내려나간다. 이순간 어르신들의 자부심은 한석봉 못지 않다. 또 성경공부 시간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한 글자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집중한다. 귀와 마음을 활짝 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님 말씀에만 집중한다.

활동과 예배, 그리고 적당한 신체활동으로 어르신들의 건강이 점점 좋아진다. 어르신들이 구령에 맞춰 박수치고, 찬양에 율동을 넣어 온몸을 움직인다. 활력을 얻은 어르신들이 신이 나 춤을 춘다. 어떤 분은 소리를 지르며 건강을 과시하기도 한다. 혼자 배우는 것이 아쉬워 다른 교회의 남편과 아내를 모시고 오기도 한다. 이렇게 주일시니어 예배는 어르신들에게 뜻 깊은 시간이다.



#어르신들이 자아실현하고 치유하는 청춘대학

매주 목요일엔 청춘대학이 열린다. 청춘대학은 전문가와 강사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교회 성도들은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에서 진행하는 지도자 세미나에 상·하반기로 참석해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받고 온 선생님들은 리더십을 발휘해 청춘대학을 이끌어 나간다.

또 청춘대학에 필요한 전문강사를 초빙해 진행한다. 교회와 성도들이 열심히 준비할수록 청춘대학에 오려는 어르신들이 많아진다. 올해부터는 학사제도도 도입해 더 많은 어르신들이 학생처럼 보람 있게 참여한다. 하모니카와 피아노 연주, 학생들의 가곡과 춤이 어우러져 축제의 장이 되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 바쁘다는 핑계로 많은 부분을 희생했다. 이들이 청춘대학에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 자기실현하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나들이를 나가 세상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한 어르신은 "내 속에 있는 보물을 발견해 잘 놀다 보니, 내 삶이 청춘대학에서 잘 익어간다"고 표현했다.

그렇다. 청춘대학은 잘 익어가기 위한 어르신들의 모임이다. 서로가 아껴주고 이끌어가는 공동체다. 사랑과 섬김, 감사와 행복이 가득한 공간이다. 청춘대학에서 우리들의 삶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교회가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해서는 많은 성도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참된교회가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늘날까지 온 것도 담임목사의 의지뿐 아니라 당회원들, 그리고 성도들의 사랑과 배려, 섬김 덕분이다.

한국교회가 행복하려면 먼저 어르신을 섬겨야 한다. 시니어들을 배려하며 나아갈 때 교회는 더욱 행복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어르신들이 사랑이 가득한 교회에 모이기를 힘쓰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을 모두 누리는 교회가 되길 원한다. 교회 안에서 치유 받고 행복해하는 어르신을 통해, 교회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다.

강순심 목사 / 참된교회 시니어사역 담당·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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