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친화적 교회를 꿈꾸다

청년 친화적 교회를 꿈꾸다

[ 인공지능시대를위한미래담론 ] (5)디지털 시대와 청년 선교

홍창현 목사
2024년 06월 07일(금) 00:49
#그 많던 교회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국 사회가 가파르게 탈종교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한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 사회의 종교인은 37%, 무종교인은 63%로, 2017년 무종교인 비율이 종교인을 앞지른 이래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개신교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그중에서 20~30대 개신교 인구 비율은 10% 초반대로 나타났다.

그나마 교회에 있는 청년들의 상황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교회를 떠나고 싶었거나 떠난 경험이 있었는지 물어본 질문의 결과는 씁쓸하기만 하다. 2023년 11월에 시행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6%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들의 대답(61%)이 남성(50%)보다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대학 졸업 직후 취업 준비나 제대 시점에 해당되는 25~29세에서 교회 이탈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신앙에 대한 회의와 교회의 내외부적인 부정적 요인들이 청년들이 교회를 이탈하는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 피지털리티(physitality)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과학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physical)'과 온라인 공간을 의미하는 '디지털(digital)'을 합친 '피지털리티(physitality)'가 나타났다. 특히 청년들은 오프라인의 현실만도 아니고 온라인의 가상 세계만도 아닌 이 피지털 세상을 주도하며 살아간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영역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피지털리티의 첫 번째 특징은 '비경계성'이다. 피지털리티 안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 세계이고 가상 세계인지에 대한 구분이 어려울뿐더러, 이러한 구분이 의미가 없다. 피지털리티는 근대 철학의 이원론적 관점으로 경계의 구분을 통한 파악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서로에 대한 경계를 침투하며 불안정성 속에서 오히려 피지털 세계를 형성하고 확장해 나간다.

두 번째 특징은 '혼종성'이다. 피지털은 물질계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성을 과학 기술을 통한 가상 세계와의 접목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번에 담아낸다. 또한, 신체성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현실계 안에서도 여러 공간 속에 존재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 특징은 '상호 관계성'이다. 피지털리티는 각각의 영역이 변하지 않은 채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관여하고 의존하며 자신의 본질을 바꾸는 화학적 반응 가운데서 나타난다. 그래서 더 이상 오프라인은 이전의 오프라인이 아니고 온라인은 이전의 온라인이 아니게 되는 상태가 된다.



#피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들

청년들은 피지털리티의 비경계성 안에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살아간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태블릿 등 어린 시절부터 IT 기기와 인터넷에 익숙한 환경 속에 자라 자유자재로 디지털 언어를 사용하는 세대인 청년들에게 인간과 비인간(기술) 사이에 경계는 따로 없다. 소셜 미디어에서 댓글과 '좋아요' 등은 타자와의 소통, 인정 욕구를 실현하는 출구가 되기도 하고,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 편집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부식된 지점에서 자기 주체성을 설정한다.

또한 피지털 세상 속에서 청년들은 '혼종적 정체성'을 갖는다. 특별히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아우르는 그들의 소비방식은 혼종적 존재로서의 특징을 잘 담아낸다. 회사나 단체 생활에서 다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이들은 때론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기적이고 왜곡된 개인주의적 태도를 지닌 세대로 판단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의미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청년들은 물질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일에 그 어느 세대보다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경험 중심 관계성'을 지향한다. 피지털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 관계성에 바탕에 두고 형성된 세계라고 할 때, 피지털리티 안에서 청년들은 경험을 매개 삼아 두 영역을 연결, 통합하는 특징을 지닌다. 청년들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접속'을 넘어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을 기반한 경험, 체험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청년 친화적 교회를 꿈꾸다

한국 교회는 선교적인 자세로 피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친화적인 공동체로의 변화를 꿈꿀 수 있다.

먼저, 권위주의적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2년 9월에 발표된 국민일보 설문 조사에서 성도들에게 현재 한국 교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단어를 꼽으라고 하자 56.6%가 '권위적'이라는 단어를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만 19~34세에 해당하는 청년 세대들에게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로 옮기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25.4%가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이서'라는 대답이 나왔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그 경계선이 흐려지는 피지털리티의 삶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교회는 여전히 전통과 질서를 이어나간다는 명분으로 권위적인 경계선을 그어놓아 일정 영역 안으로는 넘어올 수 없게 하는 제한적, 폐쇄적 형태의 운영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교회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로의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중첩된 공간 어딘가에서 혼종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세대에게 교회는 이들의 다양한 현실적 고민과 어려움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해 보인다. 교회 안에서 크고 작은 사안들과 말씀(설교)에 대해 균질화된 의견과 반응을 강요하는 문화는 청년 세대들을 '믿음 없는 사람들', '헌신은 하지 않으면서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들'로 치부해 버린다. SNS를 비롯한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소신을 거리낌 없이 개진하고 작은 일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특징을 지닌 청년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수 있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 지향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청년 세대가 디지털 세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에서도 이 둘의 유기적 연결성을 구축해 나가는 이유는 온라인의 편의성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물리적 체험과 경험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회의 행정이나 운영, 사역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성과 청년이 참여하는 비율은 저조하다. 청년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낼 만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면 다시금 교회에서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홍창현 목사 / 예향교회 청년부·장로회신학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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