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밥, 먹을 수 있는 방법

교회 밥, 먹을 수 있는 방법

[ 독자투고 ]

신충식 목사
2024년 05월 14일(화) 10:01
서울북노회 성산교회에서 함께 식사하는 성도들.
한국기독공보 4월 13일자 이대근 목사님의 논설위원칼럼, '교회 밥은 이제 누가 하는가?'를 읽고,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교회 밥을 먹는 일로 우리 교회도 고민이 많았다. 절에 가면 절밥을 얻어 먹을 수 있다는데, 교회 밥을 주지 않으면 인심 사나운 교회로 보이거나, '일주일에 한 끼 식사'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교회로 보일 것 같았다. 서울의 모 교회는 식사 제공을 투표에 부쳤는데, 주일 점심 식사를 제공하지 말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교인들의 인식과 삶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안다는 교회의 리더십이 닥친 현실 앞에 시의적절하게 발휘되기가 무척 어려운 시대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끝나갈 무렵 2022년 11월 필자가 섬기는 교회도 당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대근 목사님이 지적하신 문제들이 거의 똑같이 나왔다. 주방 베테랑들의 포기 선언, 맞벌이 여성들의 부담감, 교회 밥은 됐고 예배만 참석하겠다는 교인 인식변화로 주방 기구들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외주를 주거나, 유급 봉사자를 쓰거나, 식기세척기로 노동강도를 줄여 어떻게든 교회 밥을 먹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교회 밥이 먹고 싶은 교인도 우리 교인이고, 그 밥을 짓는 교인도 우리 교인이다. 더욱이 높아진 물가도 교회 재정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교회 밥을 먹으려면, 누가 밥을 해 줄 것인가, 또 이전보다 상향된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두 가지 문제가 선결되어야 했다. 소규모 교회이지만 나름 교회 밥에 자부심이 있던 교회였다. 교회 밥을 제공할 수 없고, 딱 부러지게 해결할 지혜가 없어 속상했다. 교회 밥이 없으니 예배에 나오지 않는 장애 교우도 있었다.

격렬한 논쟁 끝에 정책 당회는 '년 4회 점심 식사'를 결정했다. 부활절, 맥추감사절, 추수감사절, 그리고 성탄 주일에 전 교인이 함께 준비해 식사하기로 했다. 축제에 맛난 음식들을 장만해서 함께 나눠 먹듯이 교회가 역사적 전통으로 지켜온 절기를 십분 활용해 보자는 취지이다. 여전히 교회에서 매주 식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교인들도 있지만, '연 4회 식사'가 2년째 자리를 잡아간다. 올해는 설 명절 직후 주일에 떡국을 한 번 더 제공했다. 봉사부가 주된 역할을 하고, 여전도회 식구들이 준비과정과 잔치 준비를 위해 수고한 덕분에 모처럼 교회에서 잔칫상을 받는다. 물론 식사와 상관없이 예배만 드리고 가는 성도들도 있다.

연 4회 식사를 시행하기 전, 위드 코로나때부터 교회는 주일 오전 친교의 자리를 운영해왔다. 간단한 차와 간식거리를 제공하면 교사들과 여타 봉사자들, 또 일찍 나오는 교인들이 오고 가며 인사하고 담소도 나눈다. 작년부터는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모임 '엘림플러스'를 통해 수요 오전 기도회 및 작은 활동과 간식을 나눈다. 또, 올해부터는 헐렁해진 구역들을 묶어서 20~30명 정도의 중그룹 모임 '교구'를 통해 교제의 장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러한 목회 정책의 기저에는 신앙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목적이 있다. 교회는 하나님께 예배로 모인다. 동시에 예배하는 자들이 서로 교제하는 장(場)을 통해, 신앙공동체는 계속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연 4회 절기 식사, 매 주일 아침 친교의 자리, 엘림플러스 그리고 교구 모임까지 지원되는 재정은 일년 예산의 약 6~7% 정도이다. 교회가 하나님나라 선교를 위해 교회 밖으로 물질을 흘려보내야 한다. 동시에 신앙공동체 유지 및 발전을 위해서 마땅히 지불할 비용도 필요하다. 좀처럼 말씀하지 않던 팔순의 남자 성도가 교구 모임에 나와 갈비탕 한 그릇을 드시고 말씀하셨다. "교회로부터 큰 대접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신충식 목사 / 성산교회
교회 밥은 이제 누가 하는가?        |  2024.04.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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