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칼럼 ]
이대근 목사
2024년 04월 08일(월)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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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정책당회 도중, 장로님들의 표정이 별로 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적은 없었다. 정책당회를 하든, 아니면 정기당회를 하든, 우리 교회 장로님들이 이런 표정을 지은 것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책당회에서 '남선교회 주방섬김의 날'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이날 주일 점심식사는 남선교회 회원들이 모든 것을 담당한다는 뜻이다. 식단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장보기, 조리, 배식 및 설거지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남선교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주방보조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러니 평소에는 그렇게 밝고 온화하셨던 장로님들의 표정이 잠시 일시 정지상태로 바뀌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밝은 웃음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남선교회 주방섬김의 날'은 두 가지 이유로 추진했다. 하나는 남성 성도들의 '다양한 섬김'을 시도해 보자는 취지였고, 다른 하나는 여성 성도들의 주방 봉사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격려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사실은 주방 봉사의 현실을 고민하면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도 포함돼 있다.
다른 교회의 사정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 교회 주방을 담당하셨던 베테랑(?)들께선 이제 서서히 손을 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나 수고를 많이 하셨다. 그런데 이제 주방사역을 이어갈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 문제다.
우선 주중에 직장에 나가는 여성 성도들이 워낙 많아서 주일까지 봉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는 집에서조차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주일 점심을 대량으로 준비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아예 외주를 줄 정도로 교회 규모가 크거나, 아예 워낙 소수여서 가족처럼 식사할 수 있는 정도라면 해결책이 비교적 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중간한 교회들은 다들 고민이 많다. 특히 코로나를 지나면서 식사 제공을 아예 중단한 곳들도 있는데, 그 속사정을 이해할 만하다. 우리 교회도 코로나가 진정되고 교회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목사님, 밥 안하면 안되요?" 충분히 그 마음도 이해가 됐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취지로 격려했다. 여성 성도들이 그동안 땀을 많이 흘려오신 주방에, 이제는 남성 성도들의 적극적인 합류가 필요한 배경이다.
'교회 가면 밥 준다.' 우스갯 소리로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교회 밥은 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잘 못 먹던 시절에는 육신의 필요를 채워줬을 뿐 아니라, 교회 인심의 푸근함을 상징하기도 했다. 교회학교 학생들이나 청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려는 모습도 정겨웠다. 새가족들이 교회 와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에 찬양대와 식사가 포함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주방 사역을 그대로 이어받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분들과 이 문제를 의논해 보지만 항상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업체가 들어와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는 음식의 질에 불만인 경우가 많고, 작은 교회들은 여전히 주방의 노동강도를 조절하기가 어렵다. 유급 봉사자를 두는 것도 교회들마다 평가가 다양하다. 아예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교회도 꼭 속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먹는 밥'은 단순한 밥이 아니라는 사실은 대체로 공감한다. 특히나 먹을 것은 넘쳐나지만 '정성'은 사라져가는 시대에, 외롭게 배만 채우며 '고독한 미식가'를 자처하는 시대에,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외면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음식으로 입과 배만 만족시키는 시대에, '교회 밥'이 하나의 사역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나누곤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남성과 여성 성도들이 주방에서 협력하여 사역하는 시대도 전망해 본다.
이대근 목사 / 양정중앙교회
정책당회에서 '남선교회 주방섬김의 날'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이날 주일 점심식사는 남선교회 회원들이 모든 것을 담당한다는 뜻이다. 식단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장보기, 조리, 배식 및 설거지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남선교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주방보조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러니 평소에는 그렇게 밝고 온화하셨던 장로님들의 표정이 잠시 일시 정지상태로 바뀌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밝은 웃음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남선교회 주방섬김의 날'은 두 가지 이유로 추진했다. 하나는 남성 성도들의 '다양한 섬김'을 시도해 보자는 취지였고, 다른 하나는 여성 성도들의 주방 봉사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격려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사실은 주방 봉사의 현실을 고민하면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도 포함돼 있다.
다른 교회의 사정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 교회 주방을 담당하셨던 베테랑(?)들께선 이제 서서히 손을 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나 수고를 많이 하셨다. 그런데 이제 주방사역을 이어갈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 문제다.
우선 주중에 직장에 나가는 여성 성도들이 워낙 많아서 주일까지 봉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는 집에서조차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주일 점심을 대량으로 준비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아예 외주를 줄 정도로 교회 규모가 크거나, 아예 워낙 소수여서 가족처럼 식사할 수 있는 정도라면 해결책이 비교적 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중간한 교회들은 다들 고민이 많다. 특히 코로나를 지나면서 식사 제공을 아예 중단한 곳들도 있는데, 그 속사정을 이해할 만하다. 우리 교회도 코로나가 진정되고 교회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목사님, 밥 안하면 안되요?" 충분히 그 마음도 이해가 됐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취지로 격려했다. 여성 성도들이 그동안 땀을 많이 흘려오신 주방에, 이제는 남성 성도들의 적극적인 합류가 필요한 배경이다.
'교회 가면 밥 준다.' 우스갯 소리로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교회 밥은 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잘 못 먹던 시절에는 육신의 필요를 채워줬을 뿐 아니라, 교회 인심의 푸근함을 상징하기도 했다. 교회학교 학생들이나 청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려는 모습도 정겨웠다. 새가족들이 교회 와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에 찬양대와 식사가 포함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주방 사역을 그대로 이어받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분들과 이 문제를 의논해 보지만 항상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업체가 들어와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는 음식의 질에 불만인 경우가 많고, 작은 교회들은 여전히 주방의 노동강도를 조절하기가 어렵다. 유급 봉사자를 두는 것도 교회들마다 평가가 다양하다. 아예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교회도 꼭 속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먹는 밥'은 단순한 밥이 아니라는 사실은 대체로 공감한다. 특히나 먹을 것은 넘쳐나지만 '정성'은 사라져가는 시대에, 외롭게 배만 채우며 '고독한 미식가'를 자처하는 시대에,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외면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음식으로 입과 배만 만족시키는 시대에, '교회 밥'이 하나의 사역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나누곤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남성과 여성 성도들이 주방에서 협력하여 사역하는 시대도 전망해 본다.
이대근 목사 / 양정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