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팀이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팀이다

[ 주간논단 ]

이성희 목사
2024년 03월 05일(화) 08:00
우리 시대는 '팀의 시대(Time to team)'이다. 그리고 성경은 팀을 제공하고 팀을 요청한다. 성경은 구약의 모세와 아론, 여호수아와 갈렙, 드보라와 바락, 엘리야와 엘리사, 이사야와 히스기야, 에스라와 느헤미야 그리고 신약의 베드로와 마가, 바울과 누가, 바울과 다른 동역자들 등 훌륭한 팀 모델을 제공한다. 그 가운데는 동반자로서의 팀도 있지만,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의 탁월한 팀도 등장한다.

바울은 아들과 같은 디모데를 비롯한 빌레몬과, 디도, 마가, 아리스다고, 데마, 누가, 우르바노, 글레멘드와 당대의 가장 뛰어난 지적인 목회자인 아볼로 그리고 아름다운 부부인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동역자'라고 불렀다. 바울은 자신과 후임자의 관계를 유지한 일꾼들에게 동역자라고 부른 것이다. 바울과 동역자와의 관계는 전임자와 후임자 관계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서울 연동교회를 29년 섬기는 동안 전임자이신 원로목사님을 26년간 모셨다. 후임자인 엘리사가 전임자인 엘리야에게 "나의 아버지여, 나의 아버지여"라고 하였던 것처럼 필자는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대하려고 애썼다. 필자가 담임목사로 부임할 당시에 42살의 젊고 경험이 적은 목회자였고, 교회는 1894년에 창립되어 100주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필자는 한국교회의 정서에 따라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원로목사님께 대한 예를 깍듯이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필자의 머릿속에 목회 에너지를 이렇게 삼등분하였다. 에너지의 삼분의 일은 원로목사님, 또 다른 삼분의 일은 장로님 그리고 마지막 삼분의 일은 전 교인이었다. 목회 초기에 이런 필자의 그림은 틀리지 않았고, 교회 원로 어르신들의 인정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40대 초반의 패기만만한 필자는 역사를 고수하려는 전통과 맞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한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 때마다 먼저 원로목사님께 소상히 의논하였다. 그리고 원로목사님께서 "글쎄"하고 반대하면 곧장 그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좋아 보이네"라고 하시면 당회원들에게 "원로목사님께서 좋다고 하셨습니다"라고 하면 장로님들도 설득이 되셨다. 필자는 원로목사님의 경륜과 권위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였던 것이다. 이런 필자의 방법은 원로목사님이 부담이나 짐이 아니라 목회의 팀이며 멘토로 마음에 모신 것이다.

필자는 위임목사로 연동교회를 시무할 당시에 귀에 못이 박히듯 부목사님들에게 당부한 말이 있다. "나보다 더 훌륭하고 좋은 목사가 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필자는 그렇게 되기를 위해 기도하였고, 지금도 함께 동역하였던 분들을 위해 매일 아침 기도하고 있다. 목회 멘토로서 필자에게 목회 실습을 연수한 목사님들이 필자보다 잘 되는 것이 필자가 좋은 멘토로 인정받는 길이며 필자의 목회가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섬기던 교회의 은퇴를 앞두고 일 년 이상 매일 홀로 후임목사의 청빙을 위하여 기도했다. 그 기도의 내용도 필자보다 더 좋고 훌륭한 목사님을 후임으로 보내달라는 기도였다. 그리고 필자가 교회를 은퇴하기 14개월 전 당회는 후임목사의 청빙위원회를 구성하여 청빙절차에 돌입하였다. 필자는 후임청빙에 관한 모든 절차의 내용을 당회원 장로들에게 일임하고 청빙위원회가 문의하는 사항에 대해서만 응답하기로 했다.

청빙위원회가 꼼꼼히 살핀 후 최후 2인의 후보가 결정되었을 때 필자는 당회에서 2인 가운데 최종 후보를 투표하여 다 득점자를 만장일치로 의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필자는 후임목사의 원활한 정착을 위하여 11명의 목사들과 비서와 기사의 일괄사표를 받아 사임서를 후임목사에게 전해주어 후임목사가 판단하여 사임을 처리하게 했다.

필자는 후임목사에게 원로목사로서 몇 가지 지침을 의논하고 전해 주었다. 원로목사로 추대된 다음에 정기적인 교회출석은 하지 않을 것이며, 특별한 교회행사에만 참석할 것이라고 하였다. 교회의 업무에 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니 원로목사를 의식하지 말고 소신껏 일하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의논하라고 하였다. 설교는 일 년에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두 번만 할 것이라고 하였다. 교회가 제공해준 대로 원로목사 사무실은 외부에 둘 것이라고 하였다. 후임목사와 약속한 것들을 필자는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모세는 여호수아를 위하여 느보산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제 필자도 모세처럼 더 철저하게 필자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 이것이 가나안을 향하여 행진하는 원로목사에게 주어진 마지막 목회사역이다.

이성희 목사 / 증경총회장·연동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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