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기독교 세계관

한국교회와 기독교 세계관

[ 여전도회 ] 2024년 3월 월례회

이상조 목사
2024년 03월 01일(금) 00:10
ⓒunsplash
찬송 : 455장

성경 : 누가복음 13장 20~21절

크리스텐덤(Christendom) 시대는 기독교가 사회의 중심을 차지하던 시대를 말한다. 기독교인들은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서 그 사회의 문제에 책임지는 동시에 특권도 함께 누렸다. 중세 시대와 종교개혁 시대의 유럽이 그러했다.

포스트 크리스텐덤(Post-Christendom) 시대는 기독교가 사회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시대다. 근대로부터 서서히 시작된 세속화는 20세기 세계대전을 거치며 급속히 전개돼 전통적으로 교회가 담당하던 삶의 중요한 영역들을 국가와 기업에 내주고, 기독교는 지극히 사적이고 영적인 영역에 국한되고 말았다.

크리스텐덤 시대에 결혼식은 '반드시' 그리고 '당연히' 교회 예배당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가 되면서는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하나의 '선택사항'이 됐다. 요즘은 신앙심 깊은 젊은이라 하더라도 교회에서 결혼하길 원하지 않는다.

장례도 마찬가지다. 신앙인이 사망해 가족이 장례를 치를 경우, 1970~80년대에는 교회의 경조부(장례부)가 염습 및 입관, 하관 등 모든 것을 관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대부분은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장례사와 상조회에서 주관하고, 교회는 예배만 드린다. 구제나 봉사도 예전에는 기독교 기관이나 교회가 앞장서서 주도했지만, 지금은 교회 못지않게 일반 기업도 체계적으로 잘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기독교 국가인 미국이나 독일과 달리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윤리적으로 크리스텐덤 시대를 경험한 적이 없다. 다종교사회요 정교분리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기독교는 정치·교육·사회·문화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공적으로 대(對)사회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도 없다. 그러면 신앙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스텐덤 사회를 경험하지도 않았고 다종교사회요 정교분리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한국교회가 개개인의 삶은 물론이요, 우리 사회의 제도와 사람들의 문화 및 의식 구조까지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스텐덤 시대의 특징이 '당위성'과 '강제성'이었다면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에 신자에게 요구되는 신앙적 자세는 가치 선택에 따른 '영향력'과 '자발적 헌신'이다. 누가복음 13장 20~21절에서 예수님은 누룩 비유로 하나님 나라를 말씀하셨다. 신실한 신앙인은 밀가루 반죽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누룩과 같다. 밀가루 전부를 변화시키는 것은 밀가루 자체가 아니라 누룩이다.

누룩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신앙인이 누룩이 되지 못하면 가정도 변하지 않고, 교회도 변하지 않고, 사회도,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누룩이 되지 못하면 내 주변은 그냥 밀가루일 뿐이다. 작은 누룩이 상당히 많은 양의 가루를 변화시킨다. 작은 누룩은 많은 양의 가루 전체를 부풀게 만들고, 결국에는 변화시킨다. 이것이 신앙인의 영향력이다.

또한 누룩은 밀가루 반죽에 들어가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누룩은 보이지도 않고, 빵이 돋보이게 된다. 누룩은 자기 자신을 밀가루에 내어 주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도록 누룩은 감추며 헌신했다. 그래서 누룩의 삶은 헌신이다. 나를 희생하는 헌신이다.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누룩처럼 자발적 헌신을 통해 선한 영향을 끼치는 신자다. 예수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시며 우리를 위해 헌신하셨다. 예수님의 헌신으로 온 세상에 구원이 임했고, 예수님의 헌신으로 천국이 시작됐다. 예수님은 누룩 그 자체이셨다. 하나님의 사람이 누룩으로 살 때 세상이 천국으로 바뀐다. 하나님은 우리가 누룩이 되기를 원하신다. 자발적으로 헌신한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누룩이다. 그 한 사람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이 변하고 축복받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신앙인의 선한 영향력이다.

종교(교회)와 국가의 완전한 분리는 역사상 존재하지도 않았다. 인류 역사를 볼 때 종교적 진공상태란 존재하지 않았다. 종교는 그 나라 문화의 실체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기에, 정교분리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현대의 여러 국가에서도 온전히 이 둘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법, 제도, 문화 이면에는 그 시대의 가치가 담겨 있다.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에 정교분리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누룩처럼 자발적 헌신을 통해 복음의 선한 영향을 끼쳐 개인과 사회와 그 안의 가치가 복음으로 아름답게 변화되기를 기도드린다.

합심기도 : 누룩처럼 자발적 헌신을 통해 선한 영향을 끼치는 신앙인이 되게 하소서. 한국 사회에 복음의 선한 영향을 끼치는 신앙인을 양육하는 한국교회가 되게 하소서.

이상조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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