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함께 갈 수 있다

멈추면 함께 갈 수 있다

[ 목양칼럼 ]

장하민 목사
2024년 01월 25일(목) 08:41
언젠가 핸드폰을 집에 놓고 몇 시간을 외출한 적이 있었다. 순간 불안하고 걱정이 생겼다.

집에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핸드폰을 찾아 열어보았다. 중요하지 않은 전화 몇 번, 그리고 문자와 단체톡이 저장되었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불안해하던 마음이 허탈해졌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때로는 우선 순위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이후로는 교회에 올라갈 때나 오전 중에는 할 수 있는 대로 핸드폰을 열어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잠시 멈출 때가 있다. 섬지역에는 신호등이 없다. 눈치껏 운전하고, 먼저 조심해야 한다. 요즈음 어린이 보호구역이 생기고 과속단속 장비도 설치되었다. 보호구역에서 서행을 하면 보이지 않던 환경이 보인다. 앞만 보고 다닐 때 보이지 않던 것들, 나무나 가게의 바뀐 간판이나 주변에 새로 칠한 페인트의 색깔이 환하게 보인다.

멈춘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고, 늦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멈추면 하나님의 뜻을 기다릴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필자는 하루의 할 일, 혹은 한 주간의 할 일을 메모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때로는 하루에도 열 가지 넘는 일들을 쓰기도 하고, 준비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계획이나 준비가 있을 때 일단 멈춘다. 교회에 올라가 가만히 앉아 하나님의 마음을 갖기 위해 묵상하면 할 일들의 우선 순위를 다시 설정할 수 있다.

교회의 일들도 같은 마음으로 준비한다. 당회를 통해 준비하고 제직회를 통해 결정할 때 간혹 질문이나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올 때, 일단 멈추고 보류한다. 그리고 모든 교회가족들이 동의하고 이해할 때까지 멈추고 기다린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 멈추고 기다리면 함께 할 수 있다.

교회나 사람들과의 갈등과 오해는 멈추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멈추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가면 모두 일등을 할 수 있고, 혹은 모두 꼴찌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할 수 있다면 멈추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알지 못한 채로 항상 바쁘고, 부지런하고 조급해 한다.

예배가 끝나면 먼저 나가야 하고, 설교가 길면 길다고 불평하고, 예배 후의 시간들을 계획하고 준비하기도 한다.

필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같이 경험한 세대이다. 핸드폰이 없던 시대를 살아왔고 현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간다. 디지털시대는 공과금도 핸드폰으로, 음식도 배달로 주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도 공과금을 은행에서 납부한다. 아무리 바빠도 은행에 가면 얼굴을 보고 인사하고, 안부를 주고 받으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 한 번 멈추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넉넉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묻거나 기다리지 않고, 사람의 생각과 사람의 계획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돌아본다.

한 번은 멈추고, 한 번은 기다려 보자. 함께 가기 위해, 함께 일하기 위해, 함께 살기 위해 멈추어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보자. 분명히 하나님께서 일하시고 말씀하실 것이다.

오늘 하루는 멈추는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마음을, 하나님의 뜻을 기다려보자. 분명히 하나님께서 사람이 계획하지 않은 일들로 놀랍게 일하실 것이다. 멈추면 하나님과 함께,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다.



장하민 목사 / 이곡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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