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어머니 티나를 만나다

기도의 어머니 티나를 만나다

[ 땅끝편지 ] 영국 장순택 선교사2

장순택 목사
2020년 08월 25일(화) 09:43
갈 곳 없는 한국 목회자를 자신의 집에 거주하게 하고 영어와 영국 문화까지 가르쳐 준 티나 여사(맨 좌측)와 장순택 목사의 부인 하점순 선교사를 비롯한 가족들.
영국에서 처음 일년은 영어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시 학원은 전세계에서 모인 젊은 엘리트들로 넘쳤고, 필자는 해외 학생들을 위한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서 선교에 관심 있던 많은 영국인을 만나게 됐고, 오전에는 가까운 영국인 교회, 오후에는 한인교회에서 봉사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만난 티나 여사는 런던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스웨덴에서 스톡홀름대학 영문학 교수, 어린이들을 위한 TV영어교실 선생님 등으로 활동하다가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남동생과 개인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영어로 성경을 배우면서 많은 이야기와 기도제목을 나누게 됐다.

티나 여사의 이혼한 남동생 로이는 어렸을 때 받은 상처 때문에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로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마약까지 하는 여성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소리치는 그 여성을 티나 여사는 절대로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그래도 계속 그 여성과 사귀던 남동생은 갑자기 이사를 나가겠다고 선포했는데, 그 날짜가 12월 27일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당시 필자가 살던 집의 주인도 사정이 있다며 우리에게 나갈 것을 요청했다. 그때 필자는 호텔에서 파트타임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었고, 아내는 생각지 않은 셋째를 갖게 된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집세도 올라서 마땅히 이사할 집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몇 차례 이사 날짜를 미루던 우리는 최종적으로 12월 27일에 이사하겠다고 약속하고, 티나 여사에게도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때는 몰랐다.

당시 티나 여사는 우리와 남동생 로이의 이사 날짜가 같은 것을 듣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티나 여사는 우리의 이사 날짜를 듣기 전 어느 날 새벽 '타국에서 온 나그네를 학대하지 말라 너도 나그네였다'는 내용의 레위기 구절을 읽으며 이사갈 곳을 찾던 우리 부부를 떠올린 적이 있는데, 당시로서는 도울 방법이 없어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보자'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동생이 이사하겠다고 하고, 심지어 이사 날짜까지 같은 것을 보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여기며 우리를 자신의 집으로 이사하게 하셨다.

우리는 전기와 가스비만 내면서 너무 좋은 집에서 살았고, 아내는 한달 동안 티나의 산후조리를 받았다. 또한 그곳에서 함께 살면서 영국 음식 만드는 법과 문화, 영국의 특성 등을 할머니를 통해 배우게 됐는데, 그것은 나중에 영국인 교회를 담임하며 영국인을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티나 여사는 우리가 이사한 후에 영어를 잘 하지 못하던 필자에게 가정예배를 영어로 인도하라고 제안하시면서 영어 설교의 기본을 가르쳐 주셨다. 처음엔 한국어로 설교문을 준비한 후 영어로 번역해 사용했는데, 그것은 영어가 아니라고 말씀하면서 그냥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을 3년 동안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그 후 티나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매일 기도하시는 기도의 어머니가 됐고 아내는 그녀를 '엄마'라고 부른다.

장순택 목사 / 총회 파송 영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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