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행복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 목양칼럼 ]

김영팔 목사
2024년 05월 08일(수) 09:22
최근 전남 함평군에 위치한 사립대안학교 월광기독학교를 탐방하는 기회가 있었다. 관계자들의 학교 소개 후 교정을 돌아보면서 함께 중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님께서 꿈꾸게 하셨고, 시작하게 하셨고, 지금까지 동행해주신 은혜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해 선한 뜻을 이루어가는 도구로 사용해 주시기를 함께 기도했다. 자리매김 하기까지 남모르는 눈물의 엎드림과 힘든 여정이 많았단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농촌지역에 있으며, 부임 전 오랫동안 교회학교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학교에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오기까지는 교사들의 눈물 어린 기도와 헌신이 있었다.

차량 봉사자들이 있지만 요즘 필자가 운전 봉사할 때가 종종 있다. 교회학교 차량 운행은 이른 아침 시작된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다. 교회 차량만으로는 시간적·장소적 제한이 있어 교사들이 개인차량으로 각 반 아이들을 찾아간다. 교회 차량에는 한 명의 교사와 초등학교 5학년 가윤이가 함께 동행한다.

가윤이 엄마는 캄보디아가 고향이다. 부모와 아이들이 거의 늦잠을 잔다. 이때 가윤이가 제법 큰 역할을 감당한다. 가윤이가 "언니 일어나, 나도 힘들지만 언니랑 교회가고 싶어 내가 데리러 왔잖아" 설득하고 조른다. 오랜 시간이 지나 겨우 일어나면 교사들이 간단하게 세면을 시키고, 옷을 입히고, 밥을 챙겨 먹이고 교회 차량에 오른다.

차량 운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어?", "왜 오늘 아침 엄마에게 화를 낸거야? 엄마에게 그렇게 대들면 안돼!", "속상한 일이 있었던거야?" 부모를 대신해 학교생활, 일상 이야기로 이것저것 보듬어 준다. 교사의 사랑이 가득 담긴 대화이다.

다문화 가정에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학업, 진로 문제를 비롯해 점차 소통이 안되는 부모와의 갈등, 아빠 엄마의 부부 문제가 있어서 교회학교 교사들이 전천후 부모 역할을 한다.

필자는 모든 교회학교 교사들을 존경한다. 이들은 가족 같은 따뜻함으로 "선생님은 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어" 하며 한결같이 품어준다. 군입대 전날까지도 아이들과 해가 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놀아준 청년, 43년째 교회학교 교사의 자리를 지키는 연로하신 권사님 등 너무나도 귀하다. 이게 한국교회 모든 교회학교 교사들의 모습일 것이다.

필자가 가끔 차량을 운전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 부임하며 품었던 그 첫 마음을 잊지 않으려는 다짐이다. 교회가 많이 부흥하면서 한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차 안에서 각 마을의 소식들을 자연스레 듣는다. 목사가 운전하느라고 애쓴다고 걱정하는 것이나 차 안에서 들리는 시끌벅적 성도들의 목소리가 정겹다.

"어째 오늘은 목사님이 오셨다요! 오늘은 운전할 사람이 없다요?" "하긴 옛날에는 솔찬히(상당히) 목사님이 혼자 운전하기는 했제." "오늘이 교회 가는 날이여?" "어쩐 일로 오늘은 일찍 나왔다요?" "집사님 잘 지내셨소?" "왜 권사님은 아직 안나오셨어?" "응, 아까 밭에 가길래 오늘은 교회 가는 날이라 일찍 내려오라고 했는디."

오랫동안 듣고 싶다. 그래서 행복하다. 아프지 않으시고 오랫동안 믿음을 지키며 선한 싸움에 승리하고 달려갈 길을 온전히 달려가길 소망해본다.

목회는 기다림의 미학일까? 아이들에게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시간이 너무 길지만 교사들의 헌신과 양육으로 아이들이 점차 변하고 있다. 다문화 엄마들도 달라졌다. 지난해 인구소멸 지역인 우리 지역에 아동 출산의 절반을 차지했단다. 다문화 가정에서 2명이 권사 임직자로 세워졌다. 낙심하지 않으면 거둘 때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농촌은 못자리판 만들기에 한창이다. 열악한 농촌교회 교회학교 현실을 잊지 않고 중보 해주길 바란다.


김영팔 목사 / 입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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