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우주적 목회'로 대안 제시하라

기후위기 시대, '우주적 목회'로 대안 제시하라

제3회 순천에코포럼 개최
'지구공동체를 위한 생태적 거버넌스 구축과 그리스도교 응답' 주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5월 06일(월) 11:24
제3회 순천에코포럼이 '지구공동체를 위한 생태적 거버넌스 구축과 그리스도교의 응답'을 주제로 열렸다. 발표자로 참여한 패널들이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병성 목사, 박성원 총장, 강금실 변호사, 최광선 목사.
최광선 목사(사진 왼쪽)와 전남 CBS 권신호 대표가 참석자들과 함께 포럼을 위해 출간한 도서'기후위기 시대의 생명공동체 교회'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 순천=최은숙 기자】기후재난과 자연재해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받는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교회의 역할은 인류 문명의 방향이 생명문명을 향해 전환되도록 하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들이 풍성한 생명을 누리는 '생명공동체' 순례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펼쳐졌다.

지난 4월 30일 '지구공동체를 위한 생태적 거버넌스 구축과 그리스도교의 응답'을 주제로 열린 제3회 순천에코포럼에서 '기후위기와 교회의 선교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박성원 총장(경안대학원대학교)은 "산업화, 도시화, 근대화로 인간의 평화는 유린당하고 생태계는 생명이 위기에 처했다"면서 "기후위기, 인공지능, 신종질병과 공동체 붕괴라는 사면초가에 빠진 현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대안적인 세상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인목회' '사람목회' '기구목회' 등 좁은 의미의 목회학을 넘어서서 인간을 포함한 바람 물 땅 사회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피조물이 목회의 대상이며 그 피조물이 풍성한 생명을 누릴 수 있는 방안으로 △생명공동체신학정립 △성경이해: 창조~구원 △ 우주적 목회학 △농어촌 목회자 △생명공동체 선교와 봉사 △생명공동체 세계선교 △생명공동체 문화예술 △생명동산·생명사회 건설 등 '우주적 목회를 위한 신학'을 제시했다.

"전통적 신학과 교회론은 그리스도론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박 총장은 "생태계의 위기에 당면한 지금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학적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성경을 읽는 초점은 타락에서 구원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보시기 좋았다고 말씀하신 창조와 새 하늘, 새 땅의 창조로 연결되는 회복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농촌 생명을 살려내는 목회자배출에 신학교와 교회가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회조직 중 여전히 농촌에 남을 수 있는 조직은 교회 밖에 없고, 교회는 최후까지 농촌을 떠날 수 없다"는 박 총장은 "교회는 농촌을 중심으로 생명사회 건설을 위한 조정자로서의 부름을 받고 있다"면서 "신학교가 생명공동체 목회자를 배출하고 교회가 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지원하면 농촌교회는 소멸되어가는 마을공동체와 농업을 살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며 지역공동체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유기농 생명농업, 생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육, 자연을 섬기는 봉사, 생태계를 복원하고 이웃종교와 협력하는 선교사 파송, 채식 위주의 먹거리 문화 등을 언급하며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나 자신부터 행동할 때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인간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지구공동체의 거버넌스를 모색하는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이 기후위기의 새로운 대응 전략으로 제시됐다. '지구와 함께하는 열린 삶의 공동체'를 주제로 특강한 강금실 변호사(지구와사람·전 법무부장관)는 "지구법학은 자연의 권리에 관한 것"으로 "법질서가 인간중심에서 지구중심으로 바꿔 자연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지구법학은 생태 사상의 선구자이자 신학자인 토마스 베리 신부의 사상에서 시작됐다. 토마스 베리는 우주의 복잡한 생태계를 지닌 지구 안에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를 탈피하여 친밀감과 책임감 있는 관계로 옮겨갈 것을 추구했다. 강 변호사는 "베리는 지구와 지구생명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를 주체로 명명하고, 주체들의 친교가 지구공동체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지구법학은 자연과 경제와 인간의 가치에서 경제가 가장 중요한 비중으로 취급되어온 데 반해, 자연 안에 인간사회가 있고 그 범위 내에서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새로운 생태적 존재범위를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구를 돌보는 일의 목회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한 최병성 목사(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한국교회가 먼저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지구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는 최 목사는 "20년 동안 환경 운동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는 교회가 없다"고 한탄하며 한국교회가 복음선교사를 파송하듯이 환경 선교사를 양육하고, 그들의 활동이 지속가능하도록 환경선교 헌금을 지원해 지구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사회봉사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순천기독교총연합회 순천시니어선교가 후원하고 전남CBS가 주최한 순천에코포럼은 순천지역의 교계가 주측이 돼 기후위기 극복 방안을 제언하는 자리다. 올해 3회를 맞는 이번 포럼은 500여 명의 목회자와 성도,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광선 목사(덕신교회 시무, 에코포럼 디렉터)의 사회로 진행됐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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