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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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 ] 마음근력 키우기<11>

하혜숙 교수
2018년 07월 17일(화) 10:35
우연히 보게 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인데,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보내서 선정이 되면, 고민 당사자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서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곳에 참석한 청중들이 그 문제가 진짜 고민할 만한지에 대해서 투표를 하는 내용이다. 그날의 주인공은 중 2 아들의 엄마였는데, 중학생이 된 아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외모만 꾸미고 특히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엄마의 얘기로는, 그 아들이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해서 등록해줬는데, 열심히 다니는 줄로만 알고 있던 어느 날 학원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아들이 학원에 안 나온 지 오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가 난 엄마와 아빠는 아들이 집에 들어오자, 다 같이 작전을 짜고 모른 척 하고 있다가 "지금 어디서 오니?"라고 물었다. 아들이 "학원 갔다 와요"라고 답을 하자, "어디서 거짓말을 해, 방금 학원에서 전화 받았는데, 얘가 너는 어쩜 그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니, 널 정말 믿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화가 나서 핸드폰을 부셔버렸다고 했다.

부모는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 화를 낸다. 특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나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할 때는 더욱 화를 낸다. 입가에 초콜렛이 잔뜩 묻어있는데 안 먹었다고 잡아떼는 소리를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기 방어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질문이나 함정이 들어있는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함정이 들어있는 질문, 즉 어색하지만 거짓말을 하든지, 아니면 창피하지만 이실직고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질문을 싫어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부추기지 않아야 하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설령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신경질을 부리거나 융통성 없이 굴어서도 안 된다.

앞서 티비에 나온 그 엄마는 화가 난 나머지 아들의 핸드폰을 망치로 깨버리고, 벌을 주기 위해 억지로 아들의 앞머리를 잘라버렸다고 했다. 그 후에 아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을까? 어쩌면 그 아들은 오랜 동안의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말로 둘러대는 게 더 낫다는 것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부모는 그런 아이들에게 거짓말한다고 화를 내는 것이다.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우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만난 후 가장 위안이 되었던 것은 첫째 하나님이 아버지라는 사실과, 둘째 하나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믿을 만한 분이며 좋으신 분이라는 것을 관계를 통해 체험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 분 앞에서는 수치심 없이 나의 모든 잘못을 아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분이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시며 또한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하나님의 사랑이 새롭게 내 마음 안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는 죄를 범한 후 잘못과 수치를 가리기 위해 무화과나무로 치마를 만들어 입었다. 그 날 동산에 거니시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의 잘못이 두려워 하나님을 피해 숨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찾으셨고 선악과를 먹은 잘못에 대한 문답이 이어진다. 아담과 하와는 변명도 하고 남 탓도 한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의 죄에 대해 대면하여 말씀하신 후, 하나님은 그들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 이 구절에서 하나님의 한없는, 따뜻한 사랑이 느껴졌다. 지은 죄가 두려워 숨고 수치스러워 대충 무화과나무 잎으로 덮으려고 한 수치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시고, 임시방편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를 가릴 수 있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주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는 무언가를 감출 필요도 없다.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테스트하기 위해 함정을 파고 질문하는 분이 아니시다. 그러므로 그 분 앞에서는 있는 그대로 투명하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그분의 사랑에 기댄다.

하혜숙 교수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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