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은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중대장은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 미션이상무! ]

성기우 목사
2023년 10월 18일(수) 08:46
야전군종센터에서 군종병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습.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군대 다녀온 군필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유행하는 말이다. 필자도 예전부터 들어왔던 말이지만, 이제 이 말이 '중대장이 실망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중대장에게 감정이 이입되며 이 말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종합행정학교 군종교육단에서의 삶이 특별하지만, 그중 가장 특별한 것은 다른 군종목사가 하지 않는 일을 하나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녹색 견장을 차고 군종병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역할이다. 이 지휘관의 역할은 전투병과가 아닌 군종목사들은 경험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일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녹색 견장의 무게와 의미를 잘 알 것이다. 녹색 견장은 부대원들을 통제하고, 상벌을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맡겨진 부대원들을 목표를 향하여 잘 인도하며, 부대원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리더로서 해야 할 부대의 지휘자, 지휘관들 그리고 분대장만 찰 수 있다. 그렇기에 부대의 지휘관은 부대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자리이다.

그러나 군종 교육대장으로 녹색 견장을 차고 교육단에 입교한 군종병들을 가르치며, 훈육하는 일을 할 때, 중대장처럼 실망할 때가 많이 있다. 군종주특기를 받아 들어온 군종병들이지만, 개인주의적이며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행동들을 하는 자들이 종종 있다. 또 사명감이나 군 선교에 대한 소망을 품고 군종병이 되기보다는 더 편하게 군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에 군종병을 하겠다고 온 자들의 모습을 자주 볼 때도 있다. 또한 군종병으로 교회의 일은 사명감을 가지고 잘하지만, 정작 군인으로서 잘 지내지 못하고 군인답지 못한 말과 행동들을 하는 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모습들이 중대장처럼 군종교육대장도 실망할 때가 많이 있다.

답답하고 실망하던 어느 날, 새벽에 기도하는 중 '하나님 편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고 생각하게 하셨다. 나를 보실 때 항상 긍휼과 은혜의 렌즈를 끼고 바라보시고, 어떤 일을 할 때 '잘하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도록 기다려 주시고, 격려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 마음을 알게 된 후 지휘관으로 어렵고 군종병들에게 실망하던 부분들이 봄 햇살에 눈이 녹듯 녹아내렸다. 그리고 우리의 지휘관 되신 주께서 나를 용납하시고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 주시고 지지해 주시듯, 나도 내가 맡은 그들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교육하고 사랑하는 것이 나에게 주신 사명이라 고백하게 되었다.

군인교회가 어렵고, 선교환경이 힘들다고 이야기하지만, 부족한 우리를 통해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이 하신 것처럼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작은 씨를 뿌린다. 군종병들을 통해 군인교회가 살아나고 한 영혼이 그리스도께로, 100만 장병이 한국교회로 나가기를 소망한다.

성기우 목사 / 육군종합행정학교 군종교육단·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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