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훈련(RIMPAC)의 기억 조각

환태평양훈련(RIMPAC)의 기억 조각

[ 미션이상무! ]

이구 목사
2023년 09월 27일(수) 16:02
환태평양 훈련 중 한인교회에 방문해 드리는 예배.
2022년 5월 10일부터 동년 9월 8일까지 필자는 환태평양훈련전단에 소속되어 연합훈련에 참가하게 되었다. 환태평양훈련(Rim of the Pacific Exercise; RIMPAC)은 세계 최대의 국제적인 해군훈련으로서 과거에는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이제는 인도-태평양에 접해있는 많은 국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4개월 남짓한 이 훈련은 군종장교로서는 미국, 호주, 캐나다의 군종장교들과 교류하고 전시 상황에서 협업할 수 있는 군종활동들을 진행해 보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이다. 또한 군종목사로서는 4개월 동안 긴장감 속에 훈련에 참가한 대한민국 해군해병대장병들을 복음으로 무장시키고 기도와 성경공부로 육체적인 단련뿐만 아니라 영적 재무장을 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미군 함정에 승조하여 훈련하는 시간들은 미국, 호주, 칠레 등 다른 나라 군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국적과 신분을 초월하여 복음으로 하나가 되는 선교사로서의 무거운 사명을 감당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도 기억하는, 이 훈련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훈련 참가를 위해 출항을 앞두고 있을 즈음 확진자가 발생되어 모든 승조원들을 격리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군종목사인 나도 여러 가지 훈련 준비로 분주함에도 불구하고 격리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들은 지금도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항해와 훈련 중에도 행여나 확진자가 발생할까 걱정되어 노심초사 신경 쓰는 일은 지휘부에게 큰 지휘 부담이 되었었다. 이 상황에서 군종목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휘부를 찾아가 손 붙잡고 기도해 드리는 일, 그리고 확진자가 부대에 피해를 끼치는 것 같은 미안함에 우울감이 커지지 않도록 격려해 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함정에서는 주일예배를 오전과 오후에 1번씩, 총 2번을 드린다. 근무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예배를 오전, 오후로 나누어 드려야 원하는 사람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 그리고 훈련 기간 중에 함정이 부두에 있게 되면 미해군의 종교시설에서 대한민국 해군을 위한 예배시간을 배정받아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주변 한인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기도 하였다.

함정에서 예배를 드릴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 쉽지 않다. 모두가 빡빡한 근무 일정 속에서 잠자고 먹는 시간 외에 계속 일하고 있어서 잠자는 시간을 줄이지 않는 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반복되는 일상 속에 점차 지쳐가는 장병들을 위해 군종목사가 돌아다니며 손 붙잡고 기도해 주며 이야기 나누는 것이 항해 중에 있는 장병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작은 예배의 시간이다. 반면에 함정이 부두에 정박하게 되면 조금 여유가 생긴다. 목사와 함께 한인교회와 미해군 종교시설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다.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연합훈련이 안전하게 마무리되도록 경건하게 기도하며 예배를 드리면서 또다시 진행될 항해를 영적으로 준비하는 시간들을 가진다.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대한민국 해군과 해병대는 세계 속에 돋보일 만한 전투력을 가진 군대라는 점, 그리고 대한민국 해군과 해병대의 정신력과 영적인 힘도 세계 다른 나라의 군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대한민국 해군과 해병대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 낮은 출생률로 인하여 해군과 해병대의 모집률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국방력은 전투체계나 장비가 아닌,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기에 해군과 해병대에 좋은 믿음의 사람들이 입대하고, 그들이 훌륭한 리더로 대한민국의 바다를 수호하는 해군해병대 기독장병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겸손히 소망한다.



이구 목사 / 해군중앙교회·해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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