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아름다움 있어... 수필이 지녀야 할 가치는 부족

감성적인 아름다움 있어... 수필이 지녀야 할 가치는 부족

[ 제20회기독신춘문예 ] 수필 심사평

은옥진 권사
2023년 01월 18일(수) 10:00
글 쓰는 일은 가슴에 많은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이 하는 작업이다.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적어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문학적인 형식을 갖춤으로써 '글'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체험의 서술만으로는 참된 글이 안된다. 수필은 붓 가는대로 써지는 장르는 절대 아니다. 어떤 소재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을 담아 문장을 펼쳐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응모작의 전체적인 느낌은 감성적인 아름다움으로 수필이 지녀야할 가치를 갖추지 못한 게 안타깝다.

가작 '큰 형'은 지적 장애를 가진 큰 형의 삶을 통한 기족사가 울림을 준다. 문학적 형상화는 다소 미흡하지만, 형의 부재를 통해서 절절한 모성, 그리고 작가의 진솔한 체험, 자기성찰이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깊게 와 닿는다. 공감대 형성 으뜸이다.

'간절하다는 것'은 딸의 입시과정을 통해 자신을 간절하게 사랑했던 아버지를 회상한다. 자신의 삶으로 바꾼 것은 간절함이었고 그 하나는 육신의 아버지였으며, 나머지는 하늘 아버지란 고백이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과거의 회상을 다루는 전반부와 나를 바꾼 '간절한 것'에 대한 서술과 후반부가 균형감이 좋다. 국문학도답게 글의 짜임새가 좋다.

'주바라기 엄마'는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 사랑스럽고 따뜻한 글이다. 희곡처럼 대화체 방식으로 엄마와 아이들의 심상을 연극처럼 그려냈다. 제목도 좋고 해바라기와 주바라기 비유가 좋다. 마음에 깃든 상념을 한 자 한 자 써나가 보면 새로운 문장의 길이 열릴 것이다.



심사위원 은옥진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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