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

[ 주필칼럼 ]

김보현 목사
2022년 11월 29일(화) 09:44
김보현 사무총장
대림절과 함께 새로운 교회력이 시작되었다. 거리의 인파의 규모나 분위기는 여전히 높은 코로나 위용이 무색할 정도다. 더욱이 연말과 성탄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마음에 편승한 상술도 이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한 백화점이 건물 외벽을 화려하게 꾸며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올해 이른바 '미디어 파사드' 경쟁이 백화점 업계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다.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려는 후발 주자들로 볼거리는 늘어나게 됐다.

겨울밤 거리를 환하게 밝힐 백화점들의 화려한 조명쇼는 오랜 준비와 막대한 재정, 담대한 구상이 어우러져야 한다. 직관(直觀)이 가능한 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이들에게도 분명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일임이 분명하다. 다만 코로나만큼이나 여전히 우리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기후 위기, 연이은 자연재해로 아직도 복구되지 못한 삶의 현장들, 끝날 줄 모르는 전쟁 소식이 있기에 마음 한켠 '지금 꼭 이렇게까지 경쟁적으로 할 때인가'라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던 이가 강도를 만났다. 이들은 여행자의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았다. 심지어 폭행을 당해 거의 죽게 되었는데 이를 버려둔 채 떠나가 버렸다. 온 사회는 무관심 속에 그 참사의 현장을 외면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는 방치되어 있었다. 그때 어떤 사마리아인이 여행 중 그곳에 이르렀다. 그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졌고 나서서 돌보아 준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 '강도 만난 어떤 이'의 이야기이다.

올 한 해는 이어진 재난과 전쟁, 참사의 소식 가운데 흘러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불, 태풍, 수해, 참사 …. 기가막힌 현장을 돌아볼 때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질문 하나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강도 만난 이'는 과연 '홀로'였을까? 아님 또 다른 피해자, 사마리아인의 눈에조차 띄지 못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피해자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참사와 재난이 발생하면 정치권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책임론 공방을 펼친다. 이재민, 피해자는 물론이고 사회적 아픔으로 상처 입은 국민들은 또 한 번 고통 받는다. 그래도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 교단 교회와 성도들은 세상의 편견과 냉소 속에도 말없이 사랑을 모아주었다, 오랜 코로나에 지쳐 전국 교회 모두 비상 상황임에도, 이재민들을 위해, 가본 적도 없는 먼 나라 전쟁 난민들을 위해 43억 원 이상의 구호 헌금을 총회로 보내주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고 가족을 잃은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은 쉽사라 아물 수 없음을 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는 가까운 주변국은 물론이고 전 지구촌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10.29 참사 현장을 섬겨 온 사역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유가족들의 아픔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하룻밤 사이 믿기지 않는 참사가 일어난 와중에 그 현장에 함께 했던 소방대원과 경찰인력과 구호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정도 차이는 있으나 엄청난 충격과 후유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상인들 또한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통과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쉽게 눈에 띄지 않고, 또 알아주려 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남몰래 아파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우크라이나 주변국은 물론이고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지 않는 유럽 각국 교회와 사역자들은 난민지원 사역이 장기화 되고, 추위가 찾아오며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정 교회 모두 두 배 이상 오른 에너지 비용으로 난방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겨울철 어둔 거리는 더욱 어두워져 버렸다. 주일 예배도 대예배실을 포기하고 작은 공간으로 옮겨 예배하고 있다. 현지 교회 가운데는 비용 추가 분담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사역을 위해 조직된 예장유럽선교회 전쟁 특위는 3차 긴급 지원으로 유럽 내 80여 사역자들을 지원키로 하고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고 한다. 바로 지금이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아야 할 때이다.



김보현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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