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부르는 싯딤의 노래

광야에서 부르는 싯딤의 노래

[ 동인시선 ]

조수일 시인
2022년 11월 30일(수) 10:00
당신 내부로 흘러드는 게 꿈이었어요 정오의 반짝이는 등지느러미 떼, 여름 숲을 몰아오는 한 소절 푸른 허밍은 기원 없는 소요일까요 긴 혀 날름거리는 초식의 풀들과 붕붕대는 벌 떼의 노략질에도 울지 않는 나는, 의기양양 가시선인장처럼 독해져 갔어요 수백 배 뿌리를 내는, 한 방향으로 외로이 쏠린 광야의 싯딤*이기도 했으니까요 이글거리는 햇살과 모래바람이 나를 비켜간 적 없으나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으로 한껏 몸 굽히면 그뿐, 더러고적한 밤 별들이 내려와 나를 변주해도 끄덕 않는 안으로의 옹심은 도태일까요 유물일까요 벼랑이었던 하루하루의 날 세운 가시가 어느덧 이파리 쪽으로 숨어들고 있어요 소용 잃은 낱장, 이파리와 향기 사이 당신의 당도는 어느 쯤일까요 범람해 향기의 발원이란 이름을 얻은 나와 급진적으로 버름거리는 하 많은 당신, 혼미한 포획을 꿈꾸나요

보아요 탐스런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는 앗, 까시 까시들

눈물 같은 기꺼운 싯딤들



* 광야에 자라는 아까시나무의 다른 이름



약력

제 3회 한국기독공보 신춘문예 수상

제 10회 동서문학상 시부문 은상

제 4회 항공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제 4회 등대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제 1회 송수권문학상 신인상

2017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모과를 지나는 구름의 시간], 시산맥 2022

제 5회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수상





조수일 시인·광주남문교회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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