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깨달음

반전의 깨달음

[ 주필칼럼 ]

김보현 목사
2022년 11월 01일(화) 11:19
김보현 사무총장
1960년대 우주의 꿈을 키워주던 공상과학 시리즈 '스타트랙'의 주연 배우, 윌리엄 샤트너. 1년 전 91세의 고령에도 '준궤도' 여행을 경험한 후 최근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우주의 경계라 할 수 있는 고도 100km에서 3분 여 짧은 시간을 머물렀던 그는 무중력 상태를 만끽하는 다른 여행자들과 달리 그는 조용히 우주선 창가에서 우주의 짙은 어두움,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생명의 푸른 별, 지구를 번갈아 살펴보고 10분 만에 지구로 귀환했다고 한다. 이 짧은 시간동안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니 기대 상상과 반하는 감정의 격발과 깨달음을 경험하였고 이를 '압도적인 슬픔'이었다고 표현했다.

우주선 선장 역할을 맡아 미지의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연기를 펼쳤던 그에게 우주 공간까지 날아올라 가졌던 경험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글 속에는 당시 느꼈던 혼란과 충격, 그리고 반전(反轉)이 담긴 그의 깨달음으로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주의 신비, 장엄함, 경외감 등을 기대했던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것임을 확인한 그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은 죽음'이었다고 술회하며, 차갑고 어둡고 공허한 우주보다 푸르게 빛나는 지구를 보며 밝게 빛나는 지구별에서 충만한 생명을 발견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더불어 우주 공간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감정이야말로 이전 수많은 우주비행사들에게도 나타난 바 있는 '조망 효과(Overview effect)'와 같은 것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망효과는 우주 공간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 '조국을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돌아볼 때에만 이전에 몰랐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또 다른 '조망효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일 칼스루에에서 열린 제11차 세계교회협의회 총대로 참석했던 장윤재 박사는 기독교사상 최근호에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글을 인용, 한국 기독교 현황을 전체적 관점에서 소개한 바 있다.

'78억 인구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25억 그리스도인 가운데 절반이 가톨릭교인이고, 개신교 가운데는 오순절이 최대 교단이며 정교회가 3억으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장로교회는 전체 그리스도인의 3퍼센트 가량을 차지, 아홉 번째 규모'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장로교회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신구교를 모두 합해도 0.6퍼센트 수준이니 장로교인을 다 합해도 0.4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겠다.

한국교회는 분명 20세기 선교의 기적을 이뤄낸 자랑스런 교회이다. 선교사 파송 규모만 놓고보면 세계 2위로 선교 강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기독교의 현황과 역사를 조망(overview)해 볼 때 '한국교회가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독선일 수 있다'고 장 교수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한국교회가 오늘날의 성장을 이루기까지 고난과 역경도 많았으나 남다른 은혜 또한 넘쳐난다. 한국에 파송된 선교사들의 헌신뿐 아니라 서구 선교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엘리트 젊은 선교사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전쟁으로 수많은 희생을 치렀으나 공산 치하를 피해 내려온 북한 초대교회의 신앙적 광맥이 전후 단기간 남한 교회가 급성장하는 데 초석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2천 년 기독교 역사를 통해, 25억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전통 안에서 우리를 조망하기 위해 더 높이 올라가, 더 깊이 내려가, 더 멀리 나아가 보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진면목과 마주서는 지독한 반전의 깨달음, 영적 조망효과는 이럴 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의 맥락에서 우리 교회를 조망하고, 세계로 나아가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우리의 아픔과 연약함을 경험하고 발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교회가 참된 아시아교회, 나아가 세계교회를 섬기는 교회로 거듭나는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김보현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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