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을 바라보며

초겨울을 바라보며

[ 동인시선 ]

최용호 장로
2022년 10월 26일(수) 10:00
초겨울을 바라보며



깊은 산행을 떠나려니

엽서나 한 장 띄우려니



새끼내 들녘이

갯벌처럼 속살을 드러내고

가을을 앓더니

개산은 멀찌감치 암청색이다



대청 건너엔

그녀의 메마른 입술마냥

엷게 포개지는 오후 햇살



맞을 채비도 못한 채

벽에 걸린 나무 십자가는

예처럼 가난하다



떠나가는 우리 모든 걸 위해

늦게나마

만찬을 준비하는 따슨 손길처럼



찾아올지도 모를 작은 자를 위해

호롱을 내어 단

노을 물든 저녁 봉창처럼





최용호 장로(영산포중앙교회)

기독신춘문예 제3회 시부문 당선

기독신춘문예·조선문학으로 등단

시집

-디베라 바닷가로 가고 싶다

-사막에 온 멸치

-별을 바라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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