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시대, 예배가 나아갈 건강한 방향을 탐구해야

변화 시대, 예배가 나아갈 건강한 방향을 탐구해야

[ 9·10월특집 ] 제107회총회 주제해설 6.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교회론과 예배에 대한 고찰

허요환 목사
2022년 10월 12일(수) 15:52
짙은 안개 속, 좌충우돌

한국교회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안개의 정체는 '전환기'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많은 학자들이 요즘을 가리켜 '전환기'라고 하는데,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시대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의 전환이다. 둘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전염병과 기후 환경의 위기이다. 셋째, 포스트모더니티의 본격적인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정리하면 한국교회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된 기후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도전, 그리고 획일적 문화와 공동체 중심의 시대정신에서 개인중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정신의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교회 예배는 이런 전환기에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고수해야 할까? 인류문명의 전환 시대에 예배는 어디로 가야 할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교회의 패러다임 변화

세상이 변하면 교회 역시 변한다. 교회론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고든콘웰신학교의 짐 싱글턴(Jim Singleton)은 북미 교회의 역사적 흐름을 세 가지 패러다임으로 구분한다. 첫째, '크리스텐덤(christendom) 교회'이다. 두번째 패러다임은 '매력적인 교회'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교회가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운동의 성격을 갖는다. 세 번째 패러다임인 '선교적 교회'는 '매력적인 교회'의 한계에서 시작된 교회 갱신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교적 교회'의 사역은 사람들이 믿음에 대해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선교적 교회'와 '매력적인 교회'의 차이 역시 명확하다. '매력적인 교회'는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선교적 교회'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데 목적이 있다. 나아가 '매력적인 교회'는 세속문화와 미디어를 동원하여 청중을 자극하는 방식에서 매력을 구했다면, '선교적 교회'는 복음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에 집중한다.



바뀌지 말아야 할 것들

우리는 시대의 대전환과 함께 교회론의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크리스텐덤 시대에서 매력적인 교회를 추구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교회의 선교적 본질에 눈을 뜨고 있다. 따라서 전환기에 요청되는 예배는 선교적 교회와 결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예배의 변치 말아야 할 본질이 무엇일까? 예배의 주체(subject)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이 아무리 급변하더라도 예배를 예배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예배의 본질을 논할 때 살펴볼 또 다른 질문이 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예배를 드리는가?"라는 질문이다. 대답은 명확하다. 하나님은 예배의 주체이시며 동시에 예배의 대상이 되신다.

예배의 본질은 섬김에 있다.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는 예배를 가리키는 독일어 'Gottesdienst'의 어원을 분석하며, 예배란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준다는 차원에서 섬김이라고 정의한다. 즉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신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섬김'과 그러한 하나님께 대한 '인간의 섬김'이 예배의 요체라는 것이다.

전환기를 보내는 교회의 목회 리더십은 예배의 본질에 대해서 분명하고 소상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예배의 주체는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은 예배의 유일한 대상이 되신다. 그리고 예배는 본질상 하나님의 우리를 위한 섬김과 그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섬김이다. 이것은 결코 바뀔 수 없는 예배의 본질이다.



'활기차면서도 경건한' 예배

과거 한국교회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 라는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주로 예배의 형식과 관련된 갈등이었다. 예배시간에 드럼이나 기타와 같은 악기를 사용해도 되는지, 예배 집례자의 복장은 어떠해야 하는지, 예배당 정면에 스크린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해도 되는지, 예배의 순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이런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겪곤 했다. 북미 교회는 예배 형식으로 인한 갈등을 '예배전쟁'(worship war)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는 의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 대신,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에 집중하길 원한다. 달리 말하면, 양자택일이 아닌 제3의 길을 찾아보자는 제안이다.

요즘 심심찮게 제기되는 온라인 예배의 타당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온라인 예배는 참된 예배인가, 온라인으로 성찬과 세례 성례전에 참여할 수 있는가, 온라인 교회를 세우는 것은 타당한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다양한 자리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런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양자택일의 접근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대응은 각 교회의 형편과 처지에 달린 일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꿀 것인지 결정하기 전에, 변화하는 시대에 한국교회 예배가 나아갈 건강한 방향을 탐구하는 것이다.

예배의 정의는 선교적 교회의 가치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선교적 교회 목회자는 교회 성도들을 훈련시키고 격려하여, 개인 혹은 공동체로, 각자의 일상이라는 선교현장에서 살아가도록 돕는데 집중한다. 예배의 주체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예배를 통해 성도들에게 신앙의 틀을 만드신다. 그런 의미에서 예배는 성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하비투스'를 장착하도록 돕는 하나님의 섬김이다. 예배의 자리에서 이처럼 새로운 '하비투스'를 장착한 성도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세상을 섬기며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성도의 본분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와 기후위기 그리고 포스트모더니티의 시대정신의 도전이 거세지만 우리는 오늘도 예배한다. 하나님은 예배의 주체이시며 예배의 대상이 되신다는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섬기셨듯이 우리도 하나님과 세상을 섬기는 선교적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 '활기차면서도 경건한' 예배를 세워가는 한국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허요환 목사 / 안산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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