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 예배개혁 정신으로 출발

개혁교회, 예배개혁 정신으로 출발

[ 9·10월특집 ] 107회 총회 주제 해설4 - 예배의 신학적 본질에 대한 탐구

김운용 목사
2022년 09월 21일(수) 14:58
성경이 제시하는 예배의 신학적 원리

성경이 제시하는 예배의 신학적 원리는 신구약 성경에서 마치 금실로 엮은 것처럼 영롱하게 빛을 발하면서 각 시대 교회마다 예배 개혁을 위한 지침과 예배를 바로 세워지는 기초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때로는 떠내려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닻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키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그 몇 가지를 정리해 보자.

첫째, 예배는 하나님의 구원 행동에 집중하며 '그리스도 중심성의 원리'를 갖는다. 예배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수행하신 구원 사건의 결과이며, 그것에 대한 응답이다. 그리스도 중심 원리는 성삼위 하나님이 예배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말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완성인 그리스도 사건과 연관 속에서 행해진다는 의미이다. 예배는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하신 성 삼위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다시 나타내는 것"(re-presentation)이다. 기독교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하신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경축하는 것"이다. 예배는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 성 삼위 하나님의 구속 사건을 경축한다(celebrate). 말씀의 예전을 통해 그것을 선포하며, 성찬 예전을 통해 그것을 회상한다(recall). 전자가 그리스도의 사건을 "말하는 것"(telling)이라면, 성찬 예전은 그것을 행하여 보여주는 것(acting out)이다.

둘째, 기독교 예배는 '경이감의 원리'를 가진다. 성경은 하나님의 영광과 엄위(splendor) 앞에 부복하고 감격하였던 사도 요한의 예배를 원형으로 우리에게 소개한다(계 4장). 언제나 기독교의 예배는 경이감으로 시작되며, 경이감으로 채워야 하고, 가득 채워 나가야 한다.

셋째, 기독교 예배는 하나님의 에토스(Ethos)의 원리 위에 세워진다. 예배자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질 때 예배는 시작된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시 46:10). 시편 기자의 권면은 이 원리를 잘 설명해 준다. 예배의 시작이 인간 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있으며, 인간의 열심을 통해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기 주심(God's self-giving)을 통해 예배가 시작되고 완성된다. 하나님의 에토스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인간의 파토스(human being's pathos)가 나타날 때 거기에서 예배가 시작된다.

넷째, 기독교 예배는 '구속 역사의 회상 원리'를 가진다. 예배는 그리스도께서 한번 예물을 드리심으로 거룩해진 자들을 계속하여 완전케 하시는(히 10:14) '에파팍스'(단번에)에서 그 정점을 이룬다.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생애와 죽음과 영화에 의해 행해진 이 땅에서의 예배와 영광중에서 행해진 하늘의 예배를 포함한다.

다섯째, 기독교 예배는 '그리스도의 임재와 청원의 원리'를 가진다. 주님께서는 예배 공동체를 향해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으며(마 28:20), 두세 사람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예배의 자리에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마 18:20). 이렇게 예배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임재는 주님이 친히 약속하신 것이며, 이 임재의 약속이 예배를 예배 되게 한다. 예배 공동체인 교회나 그 구성원들인 그리스도인들은 이 임재를 그들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청원하는 것이고, 그것을 경험하면서 경축하는 것이다.

여섯째, 기독교 예배는 '교회의 자기 드러냄의 원리'를 가진다. 예배가 하나님의 현현, 드러내심(God's Epiphany)으로부터 시작된다면 그것을 경이감 속에서 맛본 예배 공동체는 세상 속에 그 하나님과 자신이 경험한 놀라운 현현 경험을 드러내는 교회의 드러냄(church's epiphany)의 차원으로 나아가게 된다.

일곱째로 예배는 '종말과 미래 지향의 원리'를 가진다. 근본적으로 예배는 종말론적 행동(eschatological act)이며, 하나님의 영광을 미리 맛보는 행동이다. 그리스도의 사건을 회상하고 요약하면서 예배자들은 과거에 허락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구속의 행동에 감격하고 찬양할 뿐만 아니라 그 모든 것의 완성으로서의 미래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행해진다.


예배자의 바른자세, 정신 회복

개혁교회는 바른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개혁 정신으로부터 출발했다. 개혁은 언제나 어떤 형식의 변화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본질의 회복에 있었다. 예배 순서나 형식 몇 가지를 바꾼다고 해서 예배가 개혁되고,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예배에 대한 바른 이해이며, 예배자의 바른 자세와 예배 정신의 회복이다. 예배는 부르심을 따라 보좌 앞으로 나아가 우리의 찬양과 감사를 올려드리는 것이며(찬양), 잘못된 삶을 참회하며 돌이키고 오늘의 세상과 이웃을 위해 주님께 탄원하는 것이고(참회와 기도),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이루신 일들을 말하며, 그 말씀 앞에서 나를 온전히 죽이는 것이며(설교), 또한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시는 은혜 앞에서 주님의 사랑의 신비 가운데로 들어가 그 향연을 통해서 베푸시는 주님의 기쁨에 사로잡히는 것(성찬)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놀라운 신비의 세계를 누리며 경축한다. 그런 점에서 예배는 하나님 나라의 향연이며, 그 은혜 앞에서 뛰어노는 경축이다. 하늘의 신비를 맛본 사람들은 이제 삶의 예배를 위해, 그리고 세상 속에서 성 삼위 하나님을 섬기도록 파송 받아 나아간다.

이렇듯 기독교 예배는 우리가 정복하고 이루어야 할 고지나 대상이 아니며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예배는 약속대로 현존하시는 그분께 우리가 온전히 정복당하는 자리이며, 나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도록 내어놓고 그분의 통치하심 앞에 부복하는 자리이다. 진정한 예배는 하나님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대면한 사람들이 감격하여 올려드리는 찬양이요, 경배이며, 그분의 놀라운 임재 앞에서 가장 적절하고 온전한 응답을 올려드리는 행위이다.

우리 시대에도 어떻게 영광스러운 예배를 세울 것인지가 교회의 가장 큰 과제이다. 코로나 이후 그 과제는 더욱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할 사역으로 다가온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광휘 앞에서 이 고백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Laudamus te, Benedicimus te(우리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을 송축합니다). adoramus te, glorificamus te(우리는 주님을 숭모합니다.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김운용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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