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운동장

가능성의 운동장

[ 주필칼럼 ]

김보현 목사
2022년 07월 26일(화) 11:13
제107회 총회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앞서 9년 만에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 제11차 총회가 8월 31일부터 독일 칼스루에에서 열리게 된다.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총회에서 한국교회는 모두를 위한 공유와 나눔의 공간으로 '마당(Madang)'을 선보였다.

몇 년에 한 번씩 세계교회가 한 자리에 모일 때, 해외 주요교단들이 총회를 열 때마다 부럽게 여겨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사전대회라는 이름으로 갖는 여성과 청년들을 위한 모임이다.

집안에 속한 공간이면서 늘 이웃을 위해, 마을을 위해 열려 있던 '마당'을 세계교회 앞에 선보였던 한국교회는 과연 언제쯤 여성들을 위한,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의 마당을 내어 줄 수 있을까?

한국 근대사에 가장 다양성의 마당, 가능성의 운동장을 선보였던 한국교회는 추억의 놀이터를 지키는 이들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복음은 교회를 늘 새롭게 변화시켜왔고 변화된 이들을 세상 가운데서 이로운 존재로 사명을 감당해 왔다.

19세기 최고의 극작가, 단편소설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한 세기 전, '거인의 정원'이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남겼다. 오랜 여행 후 자신의 정원이 동네 아이들의 시끄러운 놀이터로 변해 버린 사실을 발견한 거인은 아이들을 내쫓고 문을 굳게 닫은 뒤 담장마저 높이 쌓아 올린다. 세상과 단절된 정원에 한번 찾아 온 겨울은 떠날 줄을 몰랐다. 간절히 봄을 기다리던 거인의 귀에 들려온 새소리는 그의 시선을 담장 틈으로 들어온 아이들, 그들을 뒤ㅤ쫒아 찾아온 봄의 꽃과 나비로 이끌었다. 잘못을 깨달은 거인은 담장을 허물고 아이들을 반겨, 맘껏 뛰놀게 한다. 나무에 오를 수 없어 울고 있는 아이도 기꺼이 도와준다. 이후 아무리 찾아도 만날 수 없었던 그 아이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노쇠해진 거인을 찾아온다. 손과 발에 못자국이 선명한 채로. 그리고는 마침내 그를 자신의 영원한 정원으로 인도해 가게 된다.

'자기 소외'의 겨울 감옥에 갇혀 있던 한 '거인'과 그의 '정원'은 '환대'로 치유되었고, 풍성한 생명으로 충만한 정원의 참된 주인은 그를 봄날 같은 구원으로 인도한 것이다.

코로나 중에 우리는 예배의 회복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대화의 마당, 섬김의 마당, 기도와 말씀의 마당이 다시금 한국교회에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망국의 비애, 무지와 수탈의 비극 속에 우리 교회는 가장 강력하고 구체적인 희망의 통로였고 가능성의 마당이 되었다. 절망스러운 현실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고자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회의 문을 두드리고 복음에 투신했었다.

운동장의 문이 닫히고 가능성의 공간들이 좁아질수록 현실에 누릴 것이 없는 젊은이들과 약자들은 뒷골목으로 몰려나고, 위험한 거리에서 만남과 놀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희망이 모여들 수 있도록, 마음껏 우리의 미래가 달리고 도약하고 비상할 수 있도록 가능성의 운동장, 그 닫힌 문을 다시 한 번 활짝 열 때가 되었다.

총회는 지난 한 해 동안 청년들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은 마당들을 펼쳐왔다. 보고회, 대화 모임, 정책협의회 ….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참가자들이 여러 지역에서 모여들었다. 신학생, 젊은 신학자, 교회 밖 다양한 현장과 관심 영역에 첫 발을 디뎌본 청년들은 서로의 관심 영역과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며 만남의 기쁨을 넘어 가능성의 희망을 공유했다.

새로운 복음의 현실로 들어가지도 않고 다른 이들도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주님의 준엄한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이제는 썰렁해진 마당을 쓸고, 닫혀진 가능성의 문을 열 때가 되었다. 아직 운동장 주변을 기웃거리며 현실에 지친 젊은이들이 기대 반 의구심 반의 눈길마저 거둬들이기 전에.



김보현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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