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사회? 공동체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각자도생 사회? 공동체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서울YWCA 창립 100주년 미래포럼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2년 07월 15일(금) 17:34
왼쪽부터 서울YWCA 정선덕 이사(서울Y 강남청소년수련관 위원장), 이송학 청년, 김혜숙 고문(유한킴벌리), 이현아 목사, 장근지 전도사.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이 대중화됐다. 혼자 여가생활과 쇼핑을 즐기며, 여행도 홀로 떠나는 '혼족'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만남과 접촉이 줄어든 가운데, 공동체의 패러다임 변화를 논하는 포럼이 열렸다.

서울YWCA(회장:이유림)는 지난 14일 서울YWCA 강당과 유튜브에서 창립 100주년 미래포럼을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다시 공동체를 외치다' 주제로 개최하고, 기업·생태·여성의 시각에서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포럼에선 유한킴벌리 포용과 다양성 부문 최고책임자였던 김혜숙 고문(유한킴벌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이현아 목사,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연구원의 상임연구원 장근지 전도사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공동체와 관련해 김혜숙 고문은 ESG경영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공동체를 '우물'에 비유한 그는 "마을 안의 우물이 모든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듯 기업에게도 공동체는 함께 '생존'하기 위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주인을 과거엔 주주로 봤지만 요새는 모든 이해관계자로 본다. 공동체는 과거보다 확장된 의미의 생존이다"고 말했다.

서울YWCA 이유림 회장.
최근 많이 언급되는 '각자도생'에 대해 그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국가나 기업이 개인의 생명을 책임져줄 수 없는 것을 깨달아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왔다"라며, "그러나 과거 공동체가 약화됐다기보다는 '공동체의 전환 시기'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현아 목사가 공동체를 정의하는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중이라며 동감했다. 이 목사는 "연결성이 약화된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연결되고 싶어 하는데, 이 연결이 부담스럽거나 배제나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 피하게 된다"라며, "앞으로 공동체가 사람들의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 집중하고, 그 연결 방법을 찾는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동체가 이뤄지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이 목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적 관점에서 접근한 그는 "환경이 주변의 의미라면 생태는 각자의 자리에서 연결된 그물망인데, 쉽게 주변화되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때, 그리고 그 공동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김혜숙 고문.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의 최소 조건에서 장근지 전도사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찾았다. 그는 "교회 안에서도 각자의 소리가 공존하고 이를 같이 맞춰가는 조율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굉장히 피곤하다"라며, "쉬운 방법은 소리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지만, 오늘날 청년들은 이에 맞추지 않고 떠난다"고 설명했다.

장근지 전도사도 공동체가 와해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마주한 공동체의 모습에 실망하거나 상처받아 잠시 외면한 것이지, 공동체는 모두에게 필요하고 소중하기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공동체 와해와 약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만들고 충돌하는 상황에도 맞춰가려는 '말 걸기'를 시도한다면,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럼을 진행하던 이송학 청년은 "사실 청년들에게 '공동체랑 멀어졌느냐'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공동체의 양상이 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은 소속감을 만들기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동체 활동에 부담을 느낀다"라며,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시간에 먹는 '혼밥'과 같이, 원하는 공동체에서 원하는 만큼 참여하는, 이러한 선택의 자율성에 대한 측면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 존속을 위해선 이러한 시대 변화를 읽는 시각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청년과 관련해 김혜숙 고문은 "사실 MZ세대는 MZ세대라고 불리는 것도 싫어한다"라며, "각자도생이란 말 자체가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편견이고, 공동체 패러다임 전환을 인지하지 못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의 성향이 바뀌고 있는 것뿐이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를 고민하는 것이 패러다임 전환에 대처하는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아 목사는 청년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조직에 청년이 많이 있으면 잘 되는 것 같고, 없으면 청년에게 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청년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라며, "청년은 조직의 장식품이나 조직이 잘 되어서 갖는 재산 같은 존재가 아니다. 청년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이를 지원한다면, 이 사회에 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YWCA는 1922년 12월 승동교회에서 신여성 30여명이 '경성여자기독교청년회'를 창설하며 시작됐다. 1960년대 축첩제도 폐지 운동을 벌이고 1970년대 여성 권익 보호를 위해 여성 노동자 교육과 최초 여성 직업훈련을 시작했다. 1980년대 말부터 녹색소비자운동과 국내 최초 아나바다운동을 실시했으며,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는 탈핵·에너지전환운동, 성평등 교회를 위한 기독여성주의 운동, 청년을 중심으로 평화통일 운동 등을 펼쳤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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