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부터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 걸작 한 자리

운보부터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 걸작 한 자리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 전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5월 15일(일) 21:43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서울미술관이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 18일까지 10주년 기념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진품을 관람할 수 있다.
'두려움'과 '사랑'이라는 양가감정을 기반으로, 시대의 고난과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 고뇌하면서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룩한 한국근현대 거장 31명의 작품을 집대성한 전시회가 열린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서울미술관이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 18일까지 10주년 기념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진품을 관람할 수 있다. 서울미술관의 주요 소장품 중 하나이며 운보 김기창의 대표적 작품인 '예수의 생애'시리즈는 신약성서의 주요 장면들을 30점의 화폭에 압축적으로 담은 한국적 성화다. 루터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독일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되기도 한 '예수의 생애'는 "전세계 기독미술사에서 가장 잘 토착화된 예수를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복색을 한 등장인물들과 우리의 전통 가옥이 유연한 세필로 묘사되어 생생한 현장감이 드는 전통 풍속화를 연상케하는 '예수의 생애'는 세계 어느 나라의 성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예수의 일대기로 기독교가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는 한국적 성화로서의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빠른 운필과 뛰어난 구성력 등 운보의 높은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회화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운보의 작품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한국 근현대 소장품을 총망라하여 대규모 전시로 공개한다. 300호가 넘는 초대형 걸작들을 통해 예술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며 감수해야 했던 육체적 고통과 그 안에 담긴 숭고한 정신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이중섭의 '황소'(1953)를 비롯해 박수근의 대작 '우물가(집)'(1953),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 도상봉의 '정물'(1954), 천경자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등 한국미술사의 걸작을 모두 진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김환기의 '아침의 메아리 04-VIII-65'(1965), 도상봉의 '국화'(1973), 한묵의 '푸른 나선'(1975), 황영성의 '소의 침묵'(1985), 정상화의 '무제 12-3-5'(2012)는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서울미술관의 소장품이다.

특히 이중섭 화백의 드로잉, 은지화, 엽서화, 유화에 이르는 모든 장르가 소개된다. 시인 구상(具常)이 "이중섭은 지우개가 필요 없는 작가" 라고 할 만큼 드로잉 실력이 뛰어났던 이중섭의 드로잉 대작 '네 어린이와 비둘기'(1953년 경)부터 부인 마사코 여사와 주고받았던 엽서에 그린 엽서화, 이중섭의 가장 독창적인 분야로 인정받는 은지화, 가족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담긴 '과수의 가족과 아이들'(1950년대) 역동적인 소의 동세가 빛나는 '황소'(1953)까지 이중섭의 미학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2부에서 소개하는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등의 작가들은 'K-아트'로 전세계적인 각광을 받는 단색 화가들로, 눈에 보이는 형상 보다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 이를 표현하는 신체의 행위에 집중하며 대상의 본질을 파악한다.

서울미술관은 지난 2012년 8월 29일, 종로구 부암동에 개관한 후 약 3600여 일의 기간 동안 누적관람객 수 100만 명을 기록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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