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반전 이룰 때

생명의 반전 이룰 때

[ 주필칼럼 ]

김보현 목사
2022년 04월 08일(금) 08:15
김보현 목사
코로나는 모두의 일상에 이미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동시에 제 스스로도 끊임없이 변이를 만들며 속히 끝나길 바라는 우리의 기대도 외면하고 있다. 어느새 국내 확진자 수도 정점은 지났다고 하나 누적 1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곧 끝날 것이라는 난망한 기대는 접었으나 언젠가 끝나리라는 희망마저 내려놓을 수는 없다.

동해안 지역 산불도 평생 터 잡고 살아 온 정든 집, 해마다 천혜의 자원을 내어주던 산림을 한 순간에 집어삼켜 버린 뒤에야 사위었다. 불길과 사투를 벌인 소방공무원과 주민들의 헤아릴 수 없는 수고에 하늘이 늦게나마 단비로 응답했다. 시뻘건 불길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 봄볕이 더욱 처연하다. 매캐한 공기는 여전하고, 신록과 대조를 이루는 시꺼먼 산등성이도 일상을 살아내야 할 이재민들의 마음만큼이나 막막할 뿐이다. 죽음의 색으로 변해버렸음에도 겉모습만은 멀쩡한 나무들이 더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 죽음의 산이 과연 언제 다시 생명의 숲으로 회복될 것인가.

성경은 '범사에 기한이 있다' 말씀한다.

세상 모든 일에 기한이 있음은 정해진 일이다. 떠나보내기 힘든 영광도 그러하고, 참기 힘든 고난도 또한 그러하다. 오늘의 끝날 것 같지 않은 고난과 시련을 소망이 견디게 해준다면, 끝내고 싶지 않은 영광의 순간도 정심과 겸손은 말없이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지구촌에는 마지막 날의 여러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세상 '끝날'에 일어나리라 했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재난에도 '기한'이 있겠으나 '세상의 기한', 주님 다시 오실 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성경은 '기한'과 더불어 '때'에 관하여도 말씀한다.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는 것.

부활하신 후 승천 직전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회복'을 갈구하는 제자들의 질문을 받으셨다. '이스라엘을 회복할 날'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러한 제자들에게 주님은 분명 때와 시기는 있겠으나 그 권한은 오로지 아버지께 두신 것이니 알 바 아니라는 말씀하셨다. 오로지 권능을 따라 증인된 사명 감당을 강조하셨다.

3년째 이어진 코로나와 끝 모를 동거, 현실화된 인구 절벽,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그 위에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긴 산불 재난, '유럽의 빵 공장'에서 '세계의 화약고'로 변해 버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상황. 일상화된 재난과 위기들로 인해 교회의 일상과 신앙의 생태계, 성도의 체질들도 어느새 변해가고 있다. 멀쩡하게 불타 버린 검은 숲,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보금자리와 도시들처럼 교회 안팎에서 크고 작은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죄인 된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으로 용서와 화해를 이루는 자리가 예배이다. 그 예배의 출발과 완성은 무엇인가. '형제 자매와 화해와 용서'라 성경은 말씀한다. 산상보훈 중에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형제 자매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 자매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드리라" 말씀하신다.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 주제 아래 출범한 제106회기 총회도 반환점을 돌았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위기에 직면한 교회 그리고 세상을 위해 교회도 노회도 그리고 총회도 최선을 다하되 말씀의 좌표에 따라 행진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점검할 때이다.

상설 부위원회와 더불어 현안들을 감당해 온 특별위원회 등이 중간 점검을 하고 재정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난주간 중에는 오늘 한국교회와 총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놓고 함께 기도하는 특별기도회도 열릴 예정이다.

지금은 반목과 정죄의 눈길을 거둘 때이다. 패자와 승자 모두 깊은 아픔과 상처뿐임을 전쟁은 교훈한다. 전장의 포성이 멎으면 우리는 재건과 속죄의 땀방울을 흘릴 것이다. 절망의 봄, 죽음의 산에도 생명의 새싹은 돋아날 것이다. 생명의 반전을 이룰 오늘이 바로 그 때이다.



김보현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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